내가 가장 먼저 받아먹는다는 것을 알기에

by 윤슬작가

나는 '힘 나게 하는 말'을 좋아한다.

나는 '마음이 따듯해지는 말'을 좋아한다.

나는 '긍정적인 표현이 가득한 말'을 좋아한다.


그래서 노력한다. 힘나는 말을 하기 위해, 마음이 따듯해지는 말을 하기 위해, 긍정적인 표현이 가득한 말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진심으로 상대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도 모르게 저절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어느 순간부터 나는 아주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누군가에게 내뱉는 말을 '나도 듣고 있다'라는 사실이었다. 아니 가장 먼저 들었다고 하는 게 정확할 것 같다.


언젠가 인디언 부족의 추장인 할아버지와 그의 손자에 관한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사람의 마음속에는 두 마리 늑대가 살고 있다고 했다. 하나는 우정, 기쁨, 사랑, 감사, 겸손... 용기의 늑대이고 다른 하나는 우울, 분노, 질투, 부정... 불만의 늑대라고 했다. 이때 손자가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할아버지 어떤 늑대가 이기나요? 어떤 늑대가 더 힘이 세나요?"

손자의 물음에 대한 할아버지의 대답이 실로 우문현답이었다.


"네가 먹이를 주는 놈이 이기지"


어떤 날에는 잘 되고, 또 어떤 날은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저 우화를 읽은 후부터는 조금 더 분명해졌다. 내가 어떤 말을 해야 하는 상황 혹은 누군가의 말이 귓속을 파고 들어올 때 나는 스스로를 향해 질문했다.

'나는 지금 어떤 먹이를 먹고 있을까?'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말을 살피게 된 것 같다. 다른 사람의 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수 없지만, 내가 하는 말에 대해서만큼은 내가 어떻게 해 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항상 그랬던 것 같다. 나는 말을 하면서 나의 말을 듣는 습관이 있는데, 어떤 특정 대상을 향한 말이었지만 언제나 그 말을 가장 먼저 듣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었던 셈이다. 즉 누군가에게 해주는 말이지만 나에게 전하는 말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책을 둘러보기 위해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보면 '말'과 관련한 책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당신의 말이 당신을 말한다>, <당신의 말이 기적을 만든다>,<오늘 당신의 말은 다정한가요?>... 심지어 <말기술>이라는 제목도 있다. '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아 보인다. 격한 공감의 연장에서 계속 노력을 이어나갈 생각이다. 힘나는 말을 하기 위해, 마음이 따듯해지는 말을 하기 위해, 긍정적인 표현이 가득한 말을 하기 위해. 단 한 사람에게라도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다는 사명감 이전에 내가 먼저 받아먹는다는 생각을 보태어 조금 신중함을 발휘해 볼 생각이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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