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 영주 무섬마을로 떠나다

by 윤슬작가

오후 3시, 어딘가로 여행을 떠났다면 서서히 짐을 챙겨 집으로 돌아올 시간이다. 하지만 지난 주말, 나는 평소와 다른 행동을 선택했다. 오전에 출근해서 일을 끝낸 후, 집에 돌아와 점심을 먹고 약간의 휴식을 취했다. 그러고는 오후 3시, 집을 나섰다. 목적지는 대구에서 대략 2시간 정도 떨어진 영주 무섬마을. 근래 여러 사람으로부터 반복적으로 들은 영향이 컸던 것 같다. 따로 검색도 하지 않고, 머릿속으로 상상만 한 채,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도착하니 4시 30분, 시간이 늦어서인지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외나무다리의 특성상 '기다림'은 필수였다. 아주 많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는 이들이 외나무다리를 배경으로 저마다 경계를 만들고 있었다.


무섬마을로의 여행, 즉흥적이었다. 어쩌다 보니 지난주에는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출근해서 일을 하는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일요일까지 출근해야 되는 상황이 벌어지니 억울한 마음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거기에 고등학교 2학년, 중학교 2학년 두 아이의 중간고사 시험이 있었고,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를 떠나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정말 다른 방식으로 하면 안 되는지"를 물어오는데, 학부모 입장에서 학부모답게 간단명료하게 대답을 해주었다. 하지만 내내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다. 늘 아이들에게 '나답게!'라고 강조했는데, 복합적인 상황 앞에서 '나답게!'는 순식간에 '나답게?'가 되었다.


균열이 생길 것 같은 조짐이 보이기는 했었다. 목요일, 금요일을 넘기면서 일요일에 어디든 바람을 쐬고 오는 게 나을 것 같다는 느낌 같은 게 있었다. 무엇보다 일요일 아침, 나의 귀에 거친 단어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나의 귀에 평소 거의 쓰지 않는 단어가 내 입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짜증, 우울과 같은. 그러면서 즉흥적으로 결정했다. 오후에라도 잠깐 나갔다 오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익숙한 것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낯선 풍경이 필요하다는 처방을 내렸다. 어떠한 이유로든 거리 두기가 필요해 보였다. 자칫 이럴 때 잘못하면 어설프게 가까운 사람을 화풀이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리를 피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시동을 걸었다.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흥얼흥얼 노래 가사를 따라 부르면서 고속도로를 달렸다.


무섬마을에서 1시간쯤 머물렀던 것 같다. 물결에 반짝이는 윤슬을 보면서 멍 때리기를 하면서. 다리를 건너다가 말고 잠시 앉아 사진을 찍기도 하고,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을 기다리기도 하고, 또 누군가의 사진을 찍어주고, 커플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하면서 외나무다리를 왔다 갔다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강물과 함께 마음에서, 생각에서 물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발뒤꿈치가 간질간질거렸다. 날개가 돋으려나, 엉뚱한 상상을 하면서 실없는 사람처럼 잠시 웃었던 것 같다."나답게?"가 "나답게!"에게 자리를 양보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외나무다리 끄트머리에서였다. 되돌아오기 위해 외나무다리 위에 발을 올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조금씩 목소리를 높이더니 결국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나답게?, 뭐 따로 있겠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이 '나답게!'지! 노력하고 있는 지금이 '나답게!'지!"


그때였다. 몸 안에 있던 뭔가가 강물 속으로 툭, 떨어졌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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