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글 속에 갇혀있으려고?"

by 윤슬작가

"언제까지 글 속에 갇혀있으려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기보다는 나름 심사숙고한 후 적당한 단어를 활용해서 표현하는 편이다. 그런데 그날 스님의 답변에 정곡이 찔렀다. 어쩌다가 대화기 길어졌고 나는 처음 만난 스님 앞에서 하소연도 아닌 하소연을 내뱉고 있었다. 그러다 급기야 나도 모르게 속마음이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왜 나는 이렇게 열심히 글을 쓰고, 노력하는데 알아주는 사람이 없을까요?"

그때 스님이 내게 했던 말이 바로 "언제까지 글 속에 갇혀있으려고?"였다. 스님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이제 글 속으로 그만 들어가고, 글 밖으로 나와. 삶 속으로 들어가야지!"


벌써 몇 년 전의 일이다. 우문현답도 아니고, 무슨 말인지 다시 물어봤는데, 정확한 답변도 들려주지 않았다. 그렇게 자리를 떠나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지인과 함께 갔던 자리에서 처음 만난 스님의 짧은 대답이 가끔 생각난다. 뭔가 막혔다는 느낌이 들거나 글쓰기가 잘되지 않을 때,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아 속상해할 때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스님이 불쑥 고개를 내밀며 나타나 내게 묻는 것 같다.

"언제까지 글 속에 갇혀있으려고?"


그동안 글을 쓰고 몇 권의 책을 내면서 가장 많은 혜택을 본 사람이 있다면 바로 나 자신일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것을 넘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 감춰진 가능성을 찾아내는 시간이었다. 동시에 내가 해내고 싶어 하는 것에 대해서도 명확해질 수 있었다. 세상이 던지는 질문에 대해서 어느 정도 체계적으로 대답할 수 있는 모습도 갖추었고, 보이지 않는 끈이 조금씩 잘라져나가면서 전체적으로 유연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던 모양이다. 욕망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았고, 조금 세속적인, 대중적인 사랑을 원하고 있었음을 고백했던 모양이다.


스님의 대답이 절묘했다고 생각한다. 일부러 계획한 것은 아니지만, 그때부터 변화가 찾아왔다. 가장 큰 변화는 인식의 변화였다. 그동안 글을 쓰기 위해 살았다면, 살아가기 위해 글을 쓰는 사람이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나의 삶, 가족의 삶, 친구의 삶에 보탬이 되는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물론 요즘도 가끔 '글을 쓰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처럼 보일 때가 있다. 그때마다 나는 떠올린다.


"언제까지 글 속에 갇혀있으려고?"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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