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쓰기 수업을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도 있고, 외부에서 의뢰가 들어와 진행하기도 한다. 기존 프로그램에서 확장되어 추가 진행된 것도 있고, 개인적인 요청에 의해 이뤄지기도 한다. 내 책을 출간하기 위한 과정에서도 그렇지만, 책을 만드는 일을 제법 오래 지속하다 보니 스쳐간 사람이 상당하다. 부캐가 작가가 된 분이 있는가 하면, 책쓰기 수업과정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책을 기획하여 출간 준비를 하거나 누군가의 책을 만드는 일에 도움을 주는 분도 있다. 나와 함께 시작된 일일 수도 있고, 약간의 도움이 되었을 수도 있는데 하여간 책쓰기 프로그램을 통해 삶의 변화, 터닝포인트가 생겨났다는 분이 더러 있다. 가끔 그런 소식이 전해져 올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에머슨의 표현처럼, 단 한 사람의 인생이 조금이라도 행복해지는 일에 기여했다는 생각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람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책 쓰기 프로젝트에도 분명 어려움은 존재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어려움은 "도움을 받고 싶어요"라고 요청하면서도 정작 진지한 조언과 도움이 제공되기 시작하면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무례함은 없다. 어디까지나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메시지로 가득했다. 아주 가끔 '작가님, 저 이번에는 도망가야 될 것 같아요. 도저히 자신이 없어요'라고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했지만, 스스로 부끄러움과 죄책감에서 둘러싸여 오히려 내가 미안할 정도였다.
사정이 이렇게 흘러가다 보니 중간에 아름답게 마무리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기다림을 발휘하고, 배려를 표현했지만 이렇게는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했을 때였다. 무엇보다 무례하다는 느낌을 전해왔고, 멤버가 있는 경우에는 멤버들에게까지 무례함이 전달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을 수 없었다. 조금 더 단호할 이유가 생겨났을 때, 어쩔 수 없이 불편한 이야기를 정중하게 전달했다. "도저히 이번에는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왜냐하면 그것이 모두에게 최선이라는 것을, 리더의 입장에서는 필요한 행동이라는 것을 몇 번의 경험 끝에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으로부터 사랑받으려는 마음은 욕심이라는 것을. 진심을 다해 다가가더라도 마음이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존재한다는 것을, 뼈아프게 배웠기 때문이다.
언젠가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작가님은 책 속에 파묻혀 있어 세상 물정을 잘 모르시는 것 같다고. 책을 읽고 글만 쓰는 일을 하고 있으니 그렇게 보이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내가 삶을, 세상 돌아가는 것을 모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도 잘난 사람이라고 억지를 부리며 떼를 쓴 사람도 나였고, 현실 속에서 무참하게 깨진 것도 나였다. 어떻게 하면 빨리 성공하고 돈을 벌 수 있을까에만 정신이 팔려 적성에도 맞지 않은 공부를 하거나 남들이 경험해보지도 않은 경험을 일부러 돈 주고 하기도 했다. 부족하지 않은 방황을 경험했고, 결과가 노력을 배신하는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혀 다른 사람이나 세상을 원망하기에 바쁜 날도 있었다. 거기에 죽음이라는 단어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에 화들짝 놀라 뒤로 자빠져 대성통곡을 하기도 했던 터라 심심하거나 무료하게 살아온 편은 아니다. 아마 그 덕분일 것이다. 나도 모르게 '그럴 수 있지'라는 말을 되뇌이는 이유가.
지금껏 좋은 날도 있었고, 궂은 날도 있었다. 한강에서 뺨 맞고 엉뚱한 곳에 화풀이하고 호되게 당한 적도 있다. 그런 날에는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라고 말한 괴테도,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솔로몬의 지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믿는다. 그것도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믿는다. 물론 그 말이 매 순간을 완벽한, 최고의 순간을 기록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전히 "그래도 이건 너무하잖아?" 또는 "이러면 안 되지 않나?"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불쑥 고개를 내밀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은 거기에 대해서도 특효약이 생겼다. "작가님 덕분에 삶에 변화가 생겼어요"," 제2의 인생을 시작했어요","작가님과의 책 쓰기 수업이 제 삶의 터닝포인트였어요"라는 소식을 전해준 이들을 얼굴을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좋은 날, 좋은 자리에서, 좋은 마음으로 다시 만나고 싶은 그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나를 믿고 시작한, 그리고 끝까지 자신을 포기하지 않은 그들의 오늘을 응원한다. 인생이 아니라 일상을 반짝이는 일에 누구보다 최선을 다하고 있을, 그들이 생각나는 아침이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