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랬듯, 지금도 그러하다

by 윤슬작가

주말 동안 블로그 카테고리를 수정했다. 방향은 '정체성'이었다. '어떻게 하면 지금 현재 내가 하고 있는 것,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였다. 언제나 그랬듯,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는 거라는 생각은 처음부터 머릿속에 없었다. 지난번 보다 조금 더 나아지면 충분했다.


나에게 블로그는 가게이다. 낯선 손님이 처음 고개를 내미는, 단골손님이 있어 가끔 들러 안부를 전해주는 공간이다. 그러니까 그곳에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한 셈이다.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잘 드러나고, 과정적이며 실재적인 모습이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운이 좋으면 결이 맞는 사람들과 새로운 인연을 쌓게 되지 않을까,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 배경이나 전체적인 디자인은 예전에 맡겼던 곳에 의뢰를 해두었다. 지금의 디자인이 개인적인 취향을 반영했다면, 새롭게 하는 디자인은 조금 더 전문화된 느낌이었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해두었다. 이제 남은 것은 제일 중요한 알맹이, 카테고리 관리였다.


카테고리 수정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글을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몇 번의 작업을 거쳐서인지 아주 많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새롭게 쌓인 것들이 있어서인지 정리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사실 이동 버튼만 눌렀다면 금방 끝났겠지만, 중간중간 글을 읽고, 잠시 생각에 빠지다 보니 시간이 더 걸린 것 같다. 지금의 나를 이루는 데 도움을 준 사람들, 책, 순간이 눈앞에 하나씩 펼쳐지는데 비과학적으로 들리겠지만, 그날의 풍경이 되살아나면서 짧은 시간 여행을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주 거창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는 모험이라고 할만한 시도가 곳곳에 숨어있었다. 시도와 더불어 용기를 발휘하며 애쓴 흔적, 그런 모습을 곁에서 응원하고 지지해 준 사람들까지, 그 모든 것들 덕분에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구나,라며 감동의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사람들이 블로그를 운영하는 목적은 각양각색이다. 수익을 내기 위한 목적으로,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해, 강사라면 자신의 노하우와 능력을 알리기 위해 활용한다. 나 역시 여러 목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조금씩 형태가 달라지고, 스타일이 바뀌기도 하는데 기본 테마는 정해져 있다. 읽기, 쓰기, 살아가기. 이 세 가지 테마를 가지고 어떤 날에는 일상, 또 다른 날에는 책을 소재로 하여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어찌 보면 나의 생존 도구이자, 자아실현의 길잡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내가 얻고 싶은 것은 '의미'이다. 우선 1차적으로 나, 나의 인생에 대해, 그런 다음 친구, 가족, 사회로 시선을 키워나가는 중이다.


내가 의미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싶어 '의미' 아니면 하다못해 '의견'이라도 가지려고 노력한다. 물론 매번 성공적인 글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럴싸한 의미 또는 의견 찾기에 실패하는 날도 있다. 그런 날에는 예전 같았으면 학대 아닌 학대를 하며 나를 괴롭혔을 턴데, 요즘은 그 부분에 대해서도 생각이 달라졌다. 내가 몰라서 그렇게 되었다기보다 의지와 상관없는 결말을 마주하는 상황도 우리 인생에는 존재하며, 그 역시 과정의 일부분이라는 알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주말에는 글을 쓰거나 포스팅을 하지는 못했다. 블로그의 글을 읽어보면서 의미를 찾아보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덕분에 내가 어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어떤 순간에 기쁨과 보람을 느끼는지 알 수 있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과거의 나'가 '현재의 나'에게 '지금 잘 살아가고 있어'라고 말을 건네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생각했다. 어떤 일을 할 때, 당시에는 모든 것을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진짜 대답은 시간이 조금 더 흐른 후에 만나는 게 아닐까라고. 지금처럼 말이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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