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를 할 때 힘이 드는 건 사실이다. 연관성, 개요를 확인하는 작업이나 문장이 매끄럽지 못한 것을 발견하는 것은 세심함을 필요로 하고, 그런 세심함은 필연적으로 긴장 상태를 요구한다. 집중력이 절실한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글을 쓰고, 쓴 글을 고쳐 쓰는 작업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집중력이 향상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퇴고는 '고쳐쓰기'라고 얘기하지만, 글쓰기 작업을 진행할 때 우리는 "새로 쓰기"라고 표현한다. 문장이나 단어를 고친다는 것보다 전체적인 구성에서 문장, 단어를 향해 폭을 좁혀나가면서 거의 새롭게 쓴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자발적으로 "차라리 다시 쓰는 게 낫겠어요!"라는 말이 나오게 되어 있다. 그런 아우성을 애써 무시하며 퇴고를 거치고 나면 불분명한 생각이나 감정이 분명해지고, 불필요한 것이 가지치기를 통해 잘려 나가고, 꼭 필요한 것만 남아 생명력을 부여받게 된다. 그래서 글을 쓰는 동안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들여다보면서 의심하기도 하고, 되묻기도 하고, 고치고 덧붙이기를 반복적으로 수행하다 보면 마치 한쪽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향해 있는 새로운 문을 열어젖힌 것 같은 느낌이 생겨난다.
그러한 퇴고의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다 보니 덤으로 얻게 된 것이 있다. 바로 "글을 쓴 사람에 대해 더 잘 알게 된다는 것"이다. 글을 쓰는 사람이 자신에 대해 알아차리는 것도 있지만, 글을 고치면서 생각을 다듬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저절로 알게 된 것이다. 조금 더 분명해졌네, 저것 때문에 마음이 힘들었던 거구나, 아직은 정리가 되지 않았구나까지 미처 깨닫지 못한 부분을 알게 되면서 생활 주파수가 높아지고 마음이 확대되는 느낌을 얻게 된다. 그래서 관심이 더 많아지고, 응원하고 격려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아무리 미사여구를 붙여도 퇴고를 할 때는 정말 몸 안의 모든 기운을 끌어올려 작업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from. 기록 디자이너 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