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한 마음을 기록하다

by 윤슬작가

강의를 마치려고 하는데 조심스럽게 홍시를 내미신다. 지난번 강의를 마칠 때는 집에서 구운 고구마라고 하시면서 손에 쥐어주셨는데, 오늘은 홍시를 손에 건네주신다. 고개 숙여 인사드리며 '감사합니다'라고 받기는 했지만, 매번 이렇게 받기만 해도 되는지 잘 모르겠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홍시 위에 적힌 짧은 손글씨는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학생'이라고 표현하셨지만 나보다 인생의 경험이 많아도 몇 배는 더 많고, 희로애락의 깊이도 나보다 훨씬 더 깊으시다. 그런데도 '학생'이라고 스스로를 낮추며 마음을 전해주시는데 그 순간의 마음을 어떻게든 기록해두고 싶었다.


자서전 쓰기 글쓰기 수업은 「내 이야기도 책이 될 수 있을까」를 출간할 때부터 머릿속으로 구상하고 있었다. 자서전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그것을 중심으로 자서전 강의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것이 올해 수성도서관에서 꽃을 피웠다. '내가 무슨 자서전?'이라고 얘기하는 분들에게 '내 인생의 의미는 내가 만들어야 한다'를 스스로 발견할 수 있도록 돕고,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진행한 강의가 10주를 지나 이제 2주 남았다.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 글쓰기가 만만해지셨는지 제법 글이 모였다. 요즘은 자신감도 붙으셨는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질문해오는 분도 더러 생겨났다.


"이렇게 쓴 글을 모아 책을 만들 수 있나요?"

"사실은 제 이름으로 된 책을 한 권은 내고 싶었거든요"

"자서전 쓰는 거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한번 책으로 완성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엄마의 책을 한 권 만들어드리고 싶어요"


자서전을 위인전으로 받아들였던 분들이 '자신의 일생의 기록하는 것'이라는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단순히 경험에서 끝내지 않고 의미와 재미,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분류하는 것은 물론, 실수와 실패로 기록했지만 성찰과 통찰을 지나 사랑으로 자리를 옮겨가고 있다. 10주에 걸쳐 강의 시간에 글을 쓰고, 과제로 한 편의 글을 쓰면서 거의 스무 편의 글을 써냈으니, 글 쓰는 습관도 만들어지신 것 같다. 글쓰기 위해 주제를 찾고, 에피소드를 찾기 위해 적극적인 관찰자가 되어 자신은 물론 타인의 삶에 더욱 공감하게 되었으니, 글쓰기를 지속하는데 필요한 능력은 모두 갖춘 셈이시다.


언젠가 강의 제목을 '글쓰기로 내 인생과 화해하다'라고 기획한 적이 있다. 내 인생과 화해하는 글쓰기에는 '감성 글쓰기'도 좋지만, 자서전 쓰기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 마음으로 2023년에는 누군가의 삶과 자신의 삶을 비교하지 않는, 자신의 삶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발견하는 자서전 쓰기 수업을 조금 더 늘려볼 생각이다. 이왕이면 글을 모아 책까지 완성하면 더 좋을 것 같다.


식탁 위에 홍시가 보인다.

아까부터 홍시가 웃고 있다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

매거진의 이전글인생에도 자격증이라는 게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