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도 자격증이라는 게 있을까

by 윤슬작가

"인생에 대해서도 자격증이라는 게 있을까?"


몇 년 전부터 혼자 엉뚱한 생각을 자주 했었다. 그러다가 '자격증이라는 게 꼭 필요할까'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자격증까지는 아니더라도 각자의 인생에 대해 전문가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함께 했다. 어느 시인은 인생을 소풍에 비유했지만, 소풍까지는 못 되더라도 지나온 시간의 아주 일부분에 대해서라도 추억하고 음미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제법 근사해 보일 것 같다. 오래된 기억을 붙잡고 그 속에 몸을 푹 담가 감동, 기쁨, 사랑, 고마움을 떠올릴 수 있다면 '그저 그런 일상'에 소소한 기적을 일으킨 기분이 들 것 같았다. 다른 누군가의 도움이나 어떤 특별한 도구 없이 그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의 결과라면 그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은 없어 보였다. 바로 여기가 작년에 출간한 《내 이야기도 책이 될 수 있을까》의 출발점이다. 그 마음이 결실을 맺어 여기까지 이르렀다.


자서전 쓰기 수업.

매 수업 시간마다 글쓰기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자서전에 씔 주제와 관련하여 글쓰기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글쓰기는 결국 자기를 표현하는 일이다. 그러니까 자신의 생각, 감정을 글로 쓰고, 드러내는 과정이다. 그래서 나는 글쓰기 수업을 할 때마다 직접 글을 쓰게 하고, 글쓰기한 것에 대해 발표를 부탁드린다. 무엇이든 자꾸 반복하면 익숙해지고 만만해지는 것을 아는 까닭에 글을 쓰고, 자신의 글에 대해 소리 내어 읽는 연습을 통해 자신과 자신의 글, 자신의 인생에 대해 자신감을 되돌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감사하게도 이번 수성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자서전 쓰기 수업에 참여하신 분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다. 글쓰기 훈련은 물론 발표 제안에 대해서도 선뜻 마음을 내어주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글쓰기 수업을 몇 년째 이어오고 있는데,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나는 '사람'이 아니라 '인생'을 만나는 느낌이다. 내가 걸어보지 못한 길을 걸어본 분, 내가 걸어가 보고 싶었던 길을 걸어온 분, 나와 비슷한 길 위에 서 있는 분,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방식으로 살아가는 분까지 모두 다르고, 그래서 모두 특별하다. 그런 분들이 글쓰기 훈련 시간에 자신의 속살을 드러내는데, 그때는 경건함마저 생겨난다. 그때마다 발표하는 모습에 존경심을 보내며 늘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저 많은, 소중한 스토리가 모두 되살아날 수 있도록 도와드려야지'

'나만의 고유함, 특별함을 확인할 수 있도록 도와드려야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그 마음은 여전하다. 머릿속에 복잡한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다면 글쓰기를 통해 정리할 수 있도록 도울 생각이다. 소중한 추억이 잠들어 있다면 살짝 건드려 기지개를 펼 수 있도록 자극제가 되어볼 생각이다. 우울, 슬픔의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면 감정을 알아차려주기만 해도 충분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알려드릴 생각이다. 그래서 끝내 '인생은 결국 내 편이었어'에 도달할 수 있도록,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나와 함께 한 자서전 쓰기 수업을 통해 글쓰기가 족쇄가 아닌 날개가 되기를 바라본다. 12번의 수업이 끝날 때쯤, 자신의 인생에게 더 다정해지고, 삶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기를 희망하면서 말이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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