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쓰기 수업을 할 때 힘이 난다.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글 쓰는 수업 시간에 진행하는 글쓰기 훈련을 좋아한다. 일정한 시간 동안 글을 쓰고, 쓴 글을 발표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좋아한다. 다른 것 없이 오로지 '글'이 소재이고, '글'이 주제인 시간이다. 사실 이때의 경험은 글쓰기를 지속해나가거나 글 쓰는 즐거움을 발견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자신의 글을 발표하고, 누군가가 자신의 글을 들어준다는 것은 큰 기쁨을 선사한다. 인간이라는 동물은 기쁨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나면, 다시 그 감정을 느끼고 싶어 하는데, 글쓰기 훈련은 그 목적을 위해 자체적으로 개발한 방식이다.
사실 처음에는 어떻게 쓰면 좋을지 몰라서 막막해하는 사람이 많다. 평소 자주 생각해왔던 거라면 모를까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는 글쓰기 그 자체보다 '무엇을 쓰지?'에서부터 막힌다. 잊어버렸을 수도 있고, 관심이 없었을 수도 있고, 내 안에 정리된 의견 혹은 방향이라는 것이 없어 그럴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는 글이 방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세하게 살펴보면 글이 방황하는 게 아니라 생각이 방황하고, 마음이 방황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대부분 '글이 막힌다'라는 표현을 자주 한다. 그래서 수업 시간마다 강조한다. 어떤 주제에 대해서는 '나는 이렇게 생각해요'라고 쓸 수 있게 되면, 무슨 글이라도 쓸 수 있다고, 나의 생각과 의견을 확인하고 정리하는 도구로 글쓰기를 활용하라고, 그러면 생각도 정리되고, 글쓰기 실력도 늘어난다고.
지난 주의 일이다. 그날은 하루 종일 글쓰기 수업을 진행했다. 독서모임 클래스를 제외하고 글쓰기 강좌가 3개 연달아 이어졌다. 줌으로 진행하기에 가능한 시도였고, 감사하게도 잘 마무리했다. 근래 하루 종일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기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 8시간을 연속해서 진행했으니. 하지만 워낙 글쓰기 수업을 좋아하다 보니, 글에 대해 이야기 나누다 보면 언제 시간이 가는지 모르고 흘렀다. 9시가 넘어 집에 돌아가면서 "왜 이렇게 목이 아프지?"했을 때, 그제서야 떠올렸다. "아, 오늘 8시간 글쓰기 수업했지!"라고.
그날은 바깥 활동을 하지 않고 하루 종일 수업만 했던 날이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는데 왠지 굉장히 많은 사람을 만나고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하다 보니 글쓰기 수업에서 만난 사람이 스물다섯 명이 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다른 직업, 다른 상황, 다른 지역, 다른 나이를 가진 분들을 말이다. 정현종 시인의 표현처럼, 스물다섯 명을 만난 것이 아니라 스물다섯 개의 인생을 만났으니 풍요로운 느낌이 생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글쓰기 수업을 했다기보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고 귀가한다는 느낌이 제법 기분이 좋았다. 그러면서 살짝 욕심을 부려봤다. 나도 그랬던 것처럼, 나와 함께 한 스물다섯 명의 사람들의 마음도 비슷했으면 좋겠다는.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