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책을 읽어야지만 할 수 있는 질문이 있다. 행간에 걸음을 멈추고, 뭔가 내 안에서부터 말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면서 서성거림을 경험했을 때 할 수 있는 질문이 있다. 의미를 되새기다가 스스로 의미를 찾기도 하지만 끝내 물음표로 남아 질문이 된 것도 있다. 하여간 질문이 생겨났다는 것은 몰입을 경험했다는 뜻이고, 의미를 추구하는 행위이며, 아주 짧은 시간이더라도 책의 저자와 호흡을 함께 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동사들>을 소재로 하여 인문학 특강을 진행했다. 대상은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책을 완독하고 온 친구도 있었고, 덜 읽었다는 친구도 있었는데 어찌되었건 모두 책을 지니고 있는 상황이었다. 보다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시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아이들에게 포스트잇을 나눠주었다. 책을 읽으면서, 혹은 읽고 난 후에 생겨난 질문에 대해, 아니면 작가를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는지 적어보라고 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 후, 포스트잇을 되돌려 받았는데 그때의 느낌이 딱 저러했다. 정말 책을 읽었기에 할 수 있는 질문이 있었고, 내 안의 무언가와 충돌한 결과로부터 나온 질문이었다. 완벽하게 의미를 파악하기는 어려웠지만, 유의미해보이는 것으로 몸의 방향을 옮기고 싶다는 의지가 드러난 질문이 대견하고 기특해보였다.
작가의 삶에 대해, 출판사를 운영하는 것에 대해, 글을 쓰는 행위 자체에 대해 평소 궁금했던 것에 대해 경험을 바탕으로 공유했다. 성과를 내고 탁월함을 발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을 얘기해주었고, 한 걸음 더 내딛기 위해 어떤 태도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마음을 나누었다. 포스트 잇에 적힌 질문에 대한 답변이 모두 끝났을 때였다. 어떤 친구가 손을 들었다. '여행하다'라는 챕터와 관련하여 여행과 삶의 본질에 관해 질문이 생겨났다고 했다. 무엇을 계기로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삶과 죽음, 여행을 어떻게 연결했는지 의견이 궁금하다고 했다. 진심으로 고맙고 감사했다. 나에게 생겨났던 질문이 그 아이에게도 생겨났었던 모양이다. 그래서일 것이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깊은 대화를 나눈 느낌이었다.
나는 오늘 하루를 잘 보내는 것이 인생을 잘 보내는 것이라는 마음으로 한 걸음 나아가고, 한 계단 쌓아올리는 일에 열심이다. 무엇보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그렇게 한 걸음 나아가고, 한 계단 쌓아올리는 일에 쓰임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을 쓰는 행위에 대한 소신을 가지고 지속성을 발휘해나가고 있다. 요즘은 거기에 하나가 더 추가되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강연장을 찾는다는 것이다. 사실 처음에는 소신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고, 지속적으로 이어나가야겠다는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 생각이 조금 달라진 것 같다. '나의 오늘'을 잘 보내는 것을 넘어 '누군가의 오늘을 잘 보내는 일'에 쓰임이 있다면 의미 있는, 오늘 하루를 잘 보내는 방법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강연을 끝내고 돌아올 때는 괜히 목소리가 조금 더 들뜬 느낌이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