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새롭게 진행할 커리큘럼과 프로그램 정비로 마음이 조금 분주해졌다. 기존의 <기록 디자이너 에세이 쓰기>를 시작으로 하여 고쳐쓰기 반, 공저 쓰기, 책 쓰기 프로그램에 이어 에세이 코칭 과정을 추가할 아이디어를 구상 중이다. 이미 진행하던 것 중에서 그대로 유지하는 게 있는가 하면, 천천히 범위를 줄여나갈 것도 함께 점검하고 있다. 새롭게 추가되는 게 있으면,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닐까 생각된다.
보통 일이 어느 정도 손에 익거나 익숙해지면 수월하게 느껴진다. 그러다 보면 자칫 무감각해질 수 있다. 나 또한 그런 패턴에서 자유롭지 않은 사람인지라, 조심할 필요가 있는데, 다행히 '의미를 추구하는 버릇'같은 게 생겨 위기를 잘 넘기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현재에 감사한 마음이지만,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내일, 미래에 대해 생각하기를 즐기게 된 것이다. 즉 오늘에 대한 감사함을 넘어 알지 못하는 내일 앞에서 조금이라도 당당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나면 일에 대해 자체적으로 정비가 진행된다. 생각 서랍을 열고, 인생 테마인 글쓰기 서랍을 열게 된다. 사실 솔직하게 고백하면 정비가 들어간다는 것은 '어떤 아쉬움이 생겨났다'라는 뜻도 될 것 같다. 내부 수업, 외부 수업, 현장에서의 아쉬움을 개선하고 싶다는 바람 같은 게 있다는 의미인데, 이번에 내가 느낀 것은 '퇴고'에 관한 부분이었다. 작년부터 반복적으로 떠오른 생각인데, 글쓰기도 글쓰기지만, 글쓰기 이후 자신의 글을 스스로 고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 퇴고는 정교한 작업이고, 시간이 필요한 영역이라 적용하기에 어려움이 많은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다 보니 차일피일 미뤘는데, 그 아쉬움을 다듬어 9월부터 적용해 볼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글쓰기 수업은 지금과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할 것 같다. 유익함, 즐거움, 재미에 뿌리를 두고, 말하듯이 자유롭게 쓰는 것을 연습하게 하고, 몇 편의 글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기쁨을 맛보는 것에 의미를 둘 생각이다. 다만 책 쓰기 수업은 "진짜 이제 끝이네요"라는 소리가 나올 만큼 반복적으로 퇴고 작업을 진행했는데, 그 또한 지금의 형태를 유지할 생각이다. 지금껏 글쓰기 관련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느낀 것은 "쓰면 쓸수록 자기 자신에게 가까워진다"라는 사실이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글쓰기에는 '나를 극복한다'라는 개념보다 '용기'를 발휘하는 것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반면 책 쓰기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용기'를 발휘하는 것을 넘어 '나를 극복한다'라는 개념이 필요해 보인다. 그래서 어렵다고 말하고, 또 동일한 이유로 보람 또한 큰 것 같다. 이래저래 떠오르는 생각과 함께 글쓰기 서랍을 열어놓고, 아이디어를 구상해 보고 있다. 오랜만에 시작한 퍼즐 놀이가 제법 신선하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