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로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수시로 즐거움이 생겨난다. 글을 쓰거나 책을 쓰기 위해 만난 사람들인데 한 사람이 아니라, 하나의 인생이 왔다는 것을 경험할 때가 많다. 취미든, 제2의 직업이든, 부캐이든 나를 찾은 그들은 다양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 덕업 일치를 이룬 사람, 또는 직장인으로 생활하되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시간을 떼내어 나온 사람, 직장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제2의 직업을 위해 미리 준비하는 마음으로 찾아온 사람, 적성과 전혀 상관관계는 없는 일을 하고 있지만 덕분에 좋아하는 취미를 이어나갈 수 있어서 기쁘다는 사람까지 형태도, 모습도 각양각색이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든 그들과의 만남이 나에게 활력소가 된다는 점이다.
우리의 대화에서 소재는 언제나 '자기 자신'이다. 나의 관심, 내가 배우는 것, 원하는 것, 해보고 싶은 것, 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어디까지나 '나의 이야기'이다. 다른 누군가가, 다른 어떤 것이 들어올 틈이 없다.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고, 그 모습을 들여다보고, 응원하고, 지지하는 모습이다. 나의 이야기를 용기 있게 할 수 있는 곳, 서로를 향해 긍정의 에너지를 만들어주는 곳이라고 말할 수 있다. 거기에 한 가지, 거저되는 것이 없다는 것에 대한 공통된 시각도 한몫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비슷한 관점을 유지하다 보니 대화에 어려움을 겪는 일도 줄어드는 것 같다. 물론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하고, 새로운 방법을 희망하며 의견을 구하기도 한다. 그때는 진심 어린 조언이 조심스럽게 나오기 시작한다. 어디까지나 하나의 의견이며, 어디까지나 자신의 경험이라는 단어를 반복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이다. 그다음부터는 스스로 길을 찾는 느낌이다. 누가 대신 나서서 해결해 주기를 바란다거나 상황을 원망하거나, '누구 탓'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편안함을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 인생은 내가 선택하고 내가 책임져야 한다"라는 암묵적인 동의를 발견할 수 있어서. 한참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사람들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집단 사고가 아닌 집단 지성이라고 해야 할까, 덕분에 나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고, 신념에 대해서도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
거기에 하나를 더 보태서 심플한 것을 추구한다는 것도 비슷한 것 같다. 상황도 여러 가지이고, 조건도 모두 서로 다른데 전체적으로 심플한 분위기를 추구한다. 직장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더라도 좋아하는 것을 발견했다는 기쁨 때문인지, 또는 직장 생활과 적당히 조화를 이루며 시간을 활용한다는 즐거움 때문인지, 금전적인 만족도는 높지 않지만 덕업 일치를 이뤄서인지 모르겠지만, 무언가를 자꾸 걸치기보다는 덜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그러다 보니 어딘가에 묶여있지 않은 느낌이 든다. 마치 어떤 대단한 이벤트를 기대하는 게 아니라, 모든 것이 이벤트라는 생각을 가진 것처럼.
요즘 부쩍 내가 많은 사람을 만나러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기분이 들 때가 많다. 독서모임을 하러 온 사람들, 글쓰기 수업을 하러 온 사람들, 책을 쓰러 온 사람들, 에세이 코칭 의뢰한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즐거운 놀이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루하루 억지로 무언가를 해내는 느낌이 아니라, 진짜 하루하루 나만의 그림을 만들어가는 느낌이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