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텍스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코난 그레이의 공연이 있다는 말과 함께 몇 달 전부터 조르기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갈 수 있는지를 물었고, 나중에는 혼자 갈 수 있는지를 물어왔다. 남편과 나는 무작정 반대를 하기보다 두 가지 기준을 내세웠다. 이틀 공연 중에서 하루만 가능하다는 것, 또 하나는 친구와 함께 가는 것은 허락하지만 혼자는 안 된다고 말해주었다. 우리에게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을 받은 첫째는 여기저기 알아보는 눈치였다. 문제는 이틀 중에 하루만 가는 것에 대한 결정을 빨랐는데, 킨텍스에 함께 갈 친구를 구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주변에 팝송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더러 있었지만 킨텍스까지 갈 정도의 열정을 가진 친구는 많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급기야 첫째가 협조를 구해왔다.
"우리 가족 여름휴가를 킨텍스로 가면 어떨까?"
"여름휴가를 일산으로?..."
결정을 그리 어렵지 않았다. 우리 가족의 여름휴가가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예고에도 없던 경기도로 여름 휴가를 떠났다. 경기도 나들이라고 이름을 붙였지만, 그렇다고 딱히 코스가 정해진 것도 아니었다. 어디를 가겠다는 것도 없었고, 무엇을 하겠다는 것도 없었다. 오히려 갑작스러운 휴가에 우리는 급하게 일정을 조절해야 했고, 그 바람에 둘째는 학원 스케줄이 바빠졌다. 학원 방학이 끝난 후였기 때문이다. 이런 우리의 노고를 알아차린 걸까, 첫째는 경기도로 올라가는 내내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렇게 짧다면 짧은 2박 3일을 경기도에서 보내고 왔다.
가끔 어떻게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냐는 말과 함께 걱정스러움과 놀라움을 동시에 전해 들을 때가 있다. 다녀온 이후의 후유증을 생각하고, 오히려 그런 과정에서 공부에 집중하기 힘들 턴데, 괜한 짓을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들려오는가 하면, '매 순간 행복하게 사는 게 중요하지'라는 말로 나의 행동을 격려하는 사람이 있다. 한 번씩 주변의 말이 위로가 되기도 하고, 점검의 시간이 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주변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에 크게 귀를 기울이지 않는 편이다. 왜냐하면 주변에서 들려오는 말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 의사결정이 어려울뿐더러, 내가 내린 결정에 대해 자꾸 반문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오히려 나를 흔드는 역효과를 몇 차례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는 스스로 몇 가지 기준을 세워놓고, 기준에 부합하면 최대한 허락하자는 것이 우리의 육아 철학이다. 그러니까 삶을 재단하기보다는 넓은 도화지를 마음껏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것이 기본적인 방향이다.
나의 선택이 '옳은 선택'이라는 말할 생각은 없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위한 선택에 있어서도, 나의 선택을 지지하는 마음에서도 나는 best를 꿈꾸지 않는다. 그보다는 only를 꿈꾼다. 그런 측면에서 내게는 두 아이들과 보내는 지금 이 시간이 무엇보다 소중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래전에 읽은 <자존감 수업>에서 저자는 세상에 옳은 결정은 없으며, 자신이 결정한 것을 믿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 마음으로 나를, 나의 선택을 믿어볼 생각이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