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독서수업을 진행하는 네 가지 이유

by 윤슬작가

토요일은 중학생을 만나는 날이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글쓰기를 마무리하는 작업을 몇 년째 이어오고 있다. 나는 독서에 진심이다. 그러니까 독서의 필요성, 중요성에 대해 누구보다 찐팬이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독서를 강조하는데, 그 마음이 아이들에게 이어진 것이다. 작년까지는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독서수업을 했지만, 일정이 바빠지면서 올해부터는 중학생 수업만 진행하고 있다.


어떤 일에 있어서든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why'이다. why를 찾는 과정이 어렵기는 하지만 why가 분명하면 할수록 열정을 유지하는 것이 힘들지 않게 느껴졌다. 처음 독서수업을 시작하면서 내게 던진 질문은 아직도 유효하다. 나는 왜 독서수업을 하려고 하는가, 나는 왜 마무리로 글쓰기를 하는가, 나는 왜 아이들에게 자신의 글을 소리 내어 읽게 만드는가, 독서수업을 통해 아이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실로 오랜만에 질문 앞에 잠시 서본다.


나는 왜 독서수업을 하려고 하는가?


가장 단순하게 표현하면 '세상에 기여하기 위해서'이다. 독서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독서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진 사람은 결국 독서하는 사람이 된다고 믿기에, 내가 태어나기 전보다 조금이라도 좋아지는 일에 기여하는 일이라고 믿기에, 시작할 수 있었고, 지금껏 유지해오고 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여전하다. 토요일 아이들을 기다리면서 늘 혼자 생각한다. '아주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수업 분위기는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적용하고, 최대한 따듯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가뜩 읽고 쓰는 일에 대한 거부감이 높은데, 분위기마저 암울하면 지속하기도 어렵고, 재미도 느끼기 어려울 거라고 알기 때문이다.


나는 왜 마무리에 글쓰기를 하는가?


글쓰기에 대한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기 때문이다. 성인들과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글쓰기에 대한 경험이 거의 전무후무(前無後無) 한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도 말하기의 연장으로 생각하는지, 조금만 연습하면 금방 잘 될 거라고 믿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몇 번 해봤는데도 잘되지 않으면 '나는 소질이 없어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의외로 정말 많았다. 그런 모습을 자주 목격하면서 스스로 다짐했다. 아이들에게 글쓰기에 대한 경험을 쌓게 해주어야지, 조금이라도 글쓰기를 만만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줘야지,라고. 현대사회에서 글쓰기는 필수이다. 그러다 보니 책임감과 사명감이 더해지면서 지금껏 유지해온 것 같다.


나는 왜 자신의 글을 소리 내어 읽게 만드는가?


"제가 읽어요?"

"응"

"진짜요?"

"그래'

"꼭 읽어야 돼요?"

"응"


처음 수업에 참여한 친구들은 재차 확인하듯 물어본다. 그러고는 자그마한 목소리 내어 읽기 시작한다. 소리 내어 읽기가 익숙해진 친구들은 내가 말하기도 전에 먼저 이야기한다.

"선생님, 잠깐만요"

"이거 고칠게요"

하지만 여러 군데를 고쳐야 될 것 같으면 협상을 건네온다.

"선생님, 이 부분은 괜찮지 않아요? 전 괜찮은데!"


의미 전달이 명확하다는 이유로, 혹은 간결하게 정리했다는 이유로 더러 눈을 감아주는데, 그럴 때마다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이렇게까지 소리 내어 읽게 만드는 데에는 사실 목적이 있다. 소리 내어 읽으면 쓸 때는 미처 몰랐던 오류를 스스로 발견하게 만드는 것이다. 문장 길이도 그렇고, 반복되는 단어나 문장도 그렇고, 갑작스러운 전개 방식으로 이해의 어려움이 따르는 것에 대해서도 읽으면서 찾게 되길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아! 여기... " 혹은 "너무 길죠?"라고 이야기를 할 때가 제일 좋다.


독서수업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이번 질문은 여러 해를 거치면서 모습을 몇 번 바꾸었던 것 같다. 방향, 목표, 비전, 사명 여러 이름으로 불리면서 새로고침을 거듭한 것 같다. 지금의 내가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융통성'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역량의 측면에서 얘기한다면 의사소통 능력, 문제해결력 정도? 의사소통 능력의 배경은 '공감'이고, 문제해결력의 바탕은 '경험 또는 지식'이라고 생각한다. 세월이 달라지면 다른 기술을 배워야 하고, 환경이 바뀌면 적응해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기술, 자격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의사소통 능력과 문제해결력이다. 나는 그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장 친절한 도구가 책이라고 믿고 있다. 책을 읽고, 책 속의 캐릭터에 대해 생각해 보고, 주제나 메시지를 정리하는 동안 공감, 경험, 지식이 확장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 시간이 축적되면 융통성은 생겨날 수밖에 없다.


독서의 중요성을 너무 잘 알고 있지만 가정에서 실천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읽고 정리하는 과정도 쉽지 않다. 그런 까닭에 나를 찾은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이들의 생각이 아니라 부모님들의 생각이겠지만, 그분들의 시선이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고, 정리하고, 글을 다듬는 과정을 함께 진행하면서 자신들에게 지나친 요구만 강요한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많은 일이 그렇지만 '함께 한다는 느낌'이 중요한 것 같다. 그런 느낌이 있을 때, 호의적인 마음이 생기고, 지속하고 싶다는 열정이 생겨난다. 지난 토요일, 아이들과 수업을 마친 후 책상을 정리하면서 던졌던 질문이 떠오른다.


'아이들에게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을 전하는데 소홀함이 없었는가?'


from. 기록 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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