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하게, 뜨겁게 그리고 함께

by 윤슬작가


나의 글쓰기 수업은 심플하다. 단순하다고 표현할 수도 있지만'심플하다'가 더 정확할 것 같다. 글쓰기 수업을 처음 시작할 때, 나는 내가 어떻게 글쓰기를 시작하게 되었는지를 생각했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복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새롭게 바꿔야 할 것은 무엇인지, 굳은 마음으로 지켜나가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관련해서 글쓰기 책은 손에 잡히는 대로 읽었다. 글쓰기 고수들의 가르침이 궁금했고,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동시에 거듭나는 방법이 필요했던 까닭에 궁리를 이어나갔다. 가장 단적인 예가 '기록디자이너 수업'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처음 기록디자이너 1기를 수업했을 때와 5기, 6기를 진행했을 때가 달랐고, 이번에 12기를 진행하면서 또 모습을 바꾸었다. 형태가 달라지고, 구성이 달라졌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방향, 본질 자체는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항상 이야기한다. "글쓰기는 글을 쓰는 사람을 위해 가장 먼저 쓰입니다"라고.


이 명제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직접 글을 쓰는 시간을 확보해야 하고, 글을 쓰는 시간과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함께'의 힘이 발견될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글을 쓰는 시간, 쓴 글을 공유하는 시간, 함께를 경험하게 해주려는 시도는 어떻게 바라보면 모험에 가까웠다. 낯선 무리 속에서 글을 쓰고, 쓴 글을 공유한다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함께'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사실 이런 고민 앞에서 여러 번 망설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나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러니까 모든 글쓰기 수업 시간마다 글을 쓰고 발표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반드시 포함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글을 쓰는 것도 힘든데, 발표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내지 못하 중간에 그만둔 분도 더러 있었다. 그런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아쉬운 마음 한가득하지만, 희한하게도 마음의 변화까지 연결되지는 않는다.


사실 글쓰기는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생각을 인정하고 감정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하나의 사건이 경험이 되고, 자산이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렇다 보니 '받아들이기'에 익숙하지 않고 '드러내기'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 글쓰기는 도전이고 커다란 숙제처럼 느껴질 수밖에 있다. 물론 나 역시 그런 사람 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받아들이기와 드러내기를 통해 변화와 성장을 맛보았고,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요즘은 감히 '해방'이라는 단어를 언급하고 있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결정적으로 기여를 한 사람이 있으니, 바로 내 글을 읽어주고, 공감과 댓글을 달아준 이들이었다. 같이 글쓰기를 진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함께 글을 쓰는 느낌을 갖게 해주었다. 그러니까 나의 글쓰기 동무 역할을 해주었다. 그 덕분에 지루함을 느끼기보다는 설렘을 유지할 수 있었다. 아주 가끔 예상하지 못한 피드백을 받기도 했지만, 그보다 응원을 해주는 댓글과 공감이 훨씬 더 많았다. 그 마음이 좋아 더 열심히 써 내려갔던 기억이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다. 글쓰기 수업을 시작하면서, 강의를 꾸준하게 이어나가면서 내가 가장 눈여겨 바라보는 지점이 여기였다. 혼자 글을 쓰는 게 아니라, 함께 글을 쓴다는 느낌을 가지게 해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글을 쓰고 발표하는 과정이 평가의 자리가 아니라 관점을 공유하고, 시선을 확장하는 학습의 장이라는 인식만 마련되면 두려움을 넘어 설렘, 열정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면서 거의 동시에 나만의 심플한 몇 가지 원칙을 완성되었다.


'글쓰기 시간에는 글쓰기 자체를 경험하게 하자.' '직접 글을 쓰면서 뇌를 뜨겁게, 마음을 뜨겁게 만드는 시간을 가지게 하자' '글쓰기 원칙을 많이 외우는 것보다 글을 많이 쓸 수 있도록 만들자' '직접 쓴 글을 읽으면서 어떤 부분을 고치면 더 나아지는지 스스로 알아차릴 수 있도록 도와주자' '다른 사람의 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확장하게 만들고, 나아가 풍성한 글의 소재가 될 수 있도록 해주자'


"심플하게, 뜨겁게, 그리고 함께"


생각을 따라갔을 뿐인데, 마음의 길을 허락했을 뿐인데, 예상하지도 못한 큰 수확이 생겼다. 나의 글쓰기, 윤슬의 글쓰기는 설명할 수 있는 단어를 발견했으니 이보다 더 큰 행운이 있을까 싶다. '유레카!'


fom. 기록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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