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주고 싶은 진짜 선물

by 윤슬작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어 보이지만, 개성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모든 것, 그러니까 모든 일에 대해 시간으로 계산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기준인 것은 분명하다. 긴급하고 중요한 일이라면 어느 정도의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지, 긴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이라면 얼마만큼의 시간을 확보하면 되는지 살피는 습관이 있다. 긴급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지만 그날 꼭 해내야 하는 일이 있다면 여유 시간에 배치할 생각으로 틈새시장을 노리며 조금 미뤄둔다.


어떻게 보면 ‘시간 = 중요도’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시간= 우선순위"가 될 것 같기도 하다. 내게 중요한 일을 해내기 위해, 소중한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중요하지 않고 급하게 처리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 대한 긴급도를 최소화한다. 그러니까 주어진 시간은 24시간이고, 밥을 먹고 잠을 자야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깨어있는 시간 동안 ‘내가 하고 싶은 것’과 ‘내가 해야 하는 것’에 적절하게 배분하려고 노력하는 셈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생을 관리한다는 개념보다 오늘을 관리한다는 개념으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를 잘 보내는 것이 인생을 잘 보내는 비결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시간을 꼼꼼하게, 5분, 10분 단위로 관리하는 것은 아니다. 전날 저녁에 잠자리에 들기 전 다이어리를 펼쳐놓고 목록을 보면서 꼭 해야 하는 일, 중요한 것에 관해 시간을 계산하여 자리를 배치한다. 몇 시부터 몇 시까지라고 대략적으로 체크해 둔다. 유사한 방식으로 목록을 보면서 하나씩 예상 시간을 체크하여 다른 일정도 다이어리에 연필로 함께 기록한다. 이때 주의하는 것이 있는데 절대로 따닥따닥 붙이지 않는다. 일이라는 게 변수라는 게 생기기 마련이라 조금이라도 여유 시간을 확보하여 계획을 세운다. 그렇게 했을 때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겨도 흥분하지 않고 잘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어떤 계획도 세우지 않는 날도 있다. 주말이나 공휴일, 명절, 혹은 자체적으로 휴식시간이라고 정한 날에는 그야말로 무계획이다. 다시 말해 무계획이 계획이다. 즉흥적으로, 마음이 허락하는 것을 자유롭게, 주도적으로 진행한다. 이유는 동일하다. 어떤 계획도 세우지 않는 것이 '계획'이기 때문이다.


일정을 점검하고, 다이어리에 기록하고, 시간을 배분하는 것은 일을 많이 하고, 성과를 높이기 위함이 아니다. 부수적인 이유가 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내가 그렇게 행동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내가 그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미리 준비되어 있을 때 안도감을 느끼고, 주도적으로 삶을 이끌어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만약 보여줘야 하는 대상이 있다면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그건 바로 '나'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나에게 '네가 주인이 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어'라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왜냐하면 그것이 오늘을 잘 사는 비결이라고 믿는 내게 전해주고 싶은 진짜 선물이니까.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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