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는 진정한 스승이 있나요

by 윤슬작가

"당신에게는 진정한 스승이 있나요?"


진정한 스승이라고 했을 때 금방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어느 지점, 어떤 순간을 잘 넘길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은 많았다. 고비, 위기라고 여겨지는 순간, 곁에는 누군가가 있었다. 가족, 친구, 선생님. 누구든 스승의 역할을 자처해 주는 사람이 있었고, 그들 덕분에 마음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 문제는 순간의 기억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수많은 고비를 넘겼고, 수많은 감사함이 있었음에도 '당신에게는 진정한 스승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다만 모든 사람이 스승이 될 수 있다는 것과 어디에서든 스승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만 지니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 혹은 어떤 것을 선택하기를 희망하면 나는 '책'이라고 얘기해야 할 것 같다. 독서라고 말해야 할 것 같은데, 책 속의 주인공 또는 저자가 스승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 몇 년, 혹은 몇십 년, 수백 년 전의 존재들이 스승이며 길잡이 역할을 해주고 있다. 내게 원할 때면 언제 어디서든 달려왔고, 궁금해하는 것에 대해 속 시원함을 느낄 때까지 거듭거듭 알려주었다. 어떤 날에는 공자를, 또 어떤 날에는 벤자민 프랭클린을, 또 어떤 지점에서는 니체가 옆자리를 차지하고는 두런두런 말을 건네주었다. 모리 교수는 한결같이 따듯했고, 법정 스님의 목소리는 담백함이 묻어났다. 그들의 언어는 나에게 새로운 창이 되어주었고, 덕분에 닫힌 문이 아닌 또 다른 문을 향해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얼마 전, 모리 교수를 다시 만났다. 북클럽에서 만난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을 읽게 된 것이다. 모리 교수, 그는 책의 저자이자 화자이며 동시에 청자이다. 미치는 우연히 루게릭 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대학 시절의 스승 모리 교수를 방송에서 보게 된다. 그는 여러 복잡한 사정으로 당시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었는데 그 일을 계기로 대학 시절 '코치'라고 불렀던 모리 교수를 찾게 된다. 16년 만의 재회였다. 그러면서 매주 화요일에 두 사람은 만나기로 한다. 떠난 자도 아니고 남은 자도 아닌 '떠나려는 자'가 된 모리 교수는 '남아있는 자'에게 자신의 삶에서 얻은 생생한 경험, 철학, 의미를 전달한다. 그가 16년 만에 미치를 만났을 때가 생각난다. 모리 교수는 미치에게 묻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는가?"

"이웃에 기여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최대한 인간답게 살고 있는가?"


사실 저 세 가지 질문은 내가 모리 교수를 만난 이후부터 마음속에 품고 사는 질문이기도 하다. 미치를 향한 질문이었지만, 미치를 넘어 나에게 곧장 달려온 질문이었고, 지금도 수시로 되묻고 있다. 그 질문을 북클럽에서 다시 만난 셈이다. 스승의 질문은 여전했다. 부드러움을 잃지 않으면서 정확하고 명료했다. 스승의 질문에 대해 조금 더 단단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이다. 나답지 않은 것을 최대한 배제한 상태에서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다고 얘기해 주고 싶은 마음이다. '어떻게 죽어야 할지를 알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알게 된다'라는 가르침을 잊지 않고 있다며 조곤조곤 대화를 이어나가고 싶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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