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의 장점은 정말 수두룩하다

by 윤슬작가

“다이어리를 쓰면 어떤 점이 좋을까”라고 물어온다면, 특정 단어로 표현해야 한다면 “구멍”이라고 말할 것 같다. 큰 구멍, 작은 구멍, 소소한 구멍, 예상하지 못한 구멍까지. 하여간 구멍이라고 불릴만한 것이 회복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고백할 것 같다. 국어사전에는 구멍에 대해 다양한 정의를 내려놓고 있다. 뚫어지거나 파낸 자리, 어려움을 헤쳐 나갈 길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허점이나 약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또는 정의라고 되어 있는데, 내가 다이어리를 ‘구멍’으로 표현한 것에도 여러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 뚫어지거나 파낸 자리.


머릿속으로 가장 먼저 그려지는 그림이다. 나를 비롯하여 다이어리로 일정이나 업무를 관리하는 사람을 떠올려본다. 목록을 나열하고 그날 해야 할 일을 했는지, 하지 않았는지 다이어리를 쓰기만 해도 알 수 있다. 일정에 차질이 생겨났는지, 앞으로 생겨날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 다음 날 일정에 조정이 필요한지, 문제가 될 수지가 있는지 없는지 알게 된다. 뚫어졌는지, 뚫려있는지, 뚫릴 것 같은지 상황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어려움을 헤쳐 나갈 길을 비유적으로 이른다는 의미.

상황을 파악하는 게 이뤄졌으니 자연스럽게 다음에 해야 할 일은 문제 해결이다. 구멍이 발견되었다면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어떤 순서나 방법을 거치면 좋을지 다이어리를 펼쳐놓고 궁리하다 보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다음 날, 혹은 그다음 날 일정을 살피면서, 긴급도나 중요도를 중심으로 배치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까 어려운 상황이 생겨났지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는 셈이다.


허점이나 약점을 비유적으로 이른다 말 또는 정의.

마지막 정의도 제법 현실적이다. 일정관리를 위해 다이어리를 쓰는 게 아니라 복합적인 도구로 다이어리를 활용하는 사람이 있다. 꿈 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하는 사람, 새로운 습관을 만들려고 하는 사람처럼 단순히 to do list가 아니라 맥락화, 구조화 습관을 만들기 위해 다이어리를 활용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다이어리를 쓰면서 수시로 확인한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것에 대해, 방향성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지나친 포장이나 비현실적인 모습을 쫓지는 않은지에 대해 점검의 시간을 가진다. 즉 약점이나 허점을 인식을 넘어 자기 성찰의 시간을 확장할 기회까지 얻게 되는 것이다.


다이어리 쓰기의 장점은 다양하다. 뭔가 쓸모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을 가지게 하고, 다이어리를 덮을 때 자기 효능감, 존재감을 느끼게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다이어리를 통해 구멍을 채우는 발견하고 채우면서 지나간 것에 집착하지 않고, 오늘에 감사하고, 내일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는 긍정적인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매일 다이어리를 쓰기 때문에, 눈에 띄지는 않지만 좋은 것이 몸에 저축하듯 쌓여 궁극적으로 자신의 삶에 대한 자신감으로 이어지니 이보다 더 좋은 게 또 있을까.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후에 다이어리가 주는 선물은 신선한 충격에 가깝다. 망각의 강을 건넌 자신의 역사를 눈앞에 데려오는 것은 물론, 어디를 향해 나가갔는지, 또 어디까지 도달했는지 단번에 알아볼 수 있다. 그러니까 실패, 좌절의 기록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슬픔이나 우울로 다가오기보다는 하나의 과정으로 이해되는 경이로운 순간도 목격하게 된다. 일 년 동안 다이어리를 썼을 때는 발견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적어도 몇 년, 그리고 어느 정도 방향성을 유지하고 진행한 경우라면 분명하게 느끼게 된다. 이 외에도 당장 떠오르는 것은 없지만 다이어리 쓰기의 장점은 정말 수두룩하다. 진심으로 다이어리 쓰기를 추천해 주고 싶다. 사소한 것도 좋고, 대단한 꿈도 좋다. 일정을 관리하는 도구여도 좋고, 감정의 쓰레기통을 활용해도 좋다. 무엇이 되었든 ‘하루’를 표현하는 기록물을 지녔으면 좋겠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겠지만 어느 정도 반복을 통해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을 내뱉는 날이 올 것이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 오늘 하루 잘 보낸 것 같아’

from. 기록 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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