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멋진 문장은 없는 것 같다

by 윤슬작가

사람은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간다. 예상하지 못한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날이 생겨나는데, 나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럴 때 내가 하는 몇 가지 패턴 같은 것이 있다. 가장 쉽게, 나도 모르게 하는 행동은 '스트레스 속으로 걸어들어가기'이다. 스트레스를 해결해 보겠다고 불구덩이인 줄도 모르고 그 속으로 파고들어가 혼자 묻고, 혼자 대답하고, 혼자 상상하기를 반복한다. 이런 경우는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았을 때 그다지 성적이 좋지 않다. 혼자 이상한 결론을 내린 적이 많았고, 훗날 되돌아보면 '굳이 그렇게까지 파고들고, 고민할 필요가 없었는데...'가 많았다. 그래서 가능한 '혼자만의 세계'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약간만 방심해도 그 속에서 발버둥 치게 된다.


또 다른 방법은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물을 마시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청소를 하거나 책상을 정리하다. 어떤 날에는 허기진 사람처럼 달달한 것을 가져와 먹기도 한다. 몸이든, 마음이든 뭔가를 채워주고 싶다는 마음 같기도 하고, 동시에 뭔가를 떨쳐내고 싶다는 마음에서인 것 같다. 이 방법은 여러 번 재미를 보았다. 그래서 가슴이 답답하거나 막힌 느낌이 생겨나면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인 것 같다. 엄청나게 애를 쓰지 않아도 되는 스트레스는 대부분 몸을 움직이는 것으로 해결했던 것 같다. 하지만 조금 더 강도가 있는 것, 혹은 힘에 부친다는 느낌이 생겨나는 것에 대해서는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섰다. 동네를 걷기도 하고, 공원을 걸었다. 몸을 움직이는 반경을 넓히고 시간을 조금 더 확보하는 행위인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보다 '조금 큰 것'을 '조금 덜 큰 것'이 되기를 기다렸던 것 같다.


어느 정도 크기가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축소, 소멸의 수순을 거치게 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무게를 줄일 생각이 없는지, 방향을 수정하라는 조언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지, 사방이 막힌 느낌을 가지게 하는 것이 있다. 그런 경우는 '나'의 문제라기보다 '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다시 말해 내 힘을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인정이 필요한 것이었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마지막으로 나는 노트북을 펼친다. 노트북이 안 되면 핸드폰의 메모 앱이라도 열어 떠오르는 생각, 감정을 마구 써 내려간다. 윤리 시간도 아니고, 도덕 시간도 아닌, 오로지 나를 위한 회복의 시간이라는 방향에서 마음속에 있는 것들이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자리를 깔아준다. 그러고는 정말 마음껏 쏟아낸다. 얼마만큼을 썼는지 모르지만, 그렇게 쏟아내고 나면 희한하게 '나'가 사라지는 경험을 했다. '나'도 없고, '나의 상황'도 없고 '나의 스트레스'도 없어진 느낌이 든다. 문제는 변하지 않았는데, 상황이 바뀐 것도 아닌데, 완전히 다른 문제, 다른 상황을 마주하는 기분을 가지게 된다. 내가 '글쓰기'가 아니라 '삶 쓰기'라는 표현을 즐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정말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삶'을 쓴다는 느낌이다.


글쓰기, 삶 쓰기. 어떤 이름으로 불려도 좋다. 그 좋은 습관 하나를 몸에 걸친 덕에 제법 건강한 사람이 되었다. 덕분에 내 삶에 '좋음', 혹은 '긍정'이 더 많이 흘러들어왔다고 믿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정리한 문장이지만, 이보다 멋진 문장은 없는 것 같다.


"글쓰기는 글을 쓰는 사람을 위해 가장 먼저 쓰입니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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