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 아침에 매일 그렇게 일찍 출근하세요?"
"네~ 이제는 습관이 된 것 같은데요"
오랜만에 들어보는 질문이 낯설지 않았다. 예전에는 비슷한 이야기를 다른 방향에서 전해 들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그렇게 일찍 출근해서 뭐해?", "출근해서 할 일이 그렇게 많아?"와 같은. 직장인도 아닌데 직장인처럼 생활하는 모습에 대해 모두 의아해했다. 그러면서 정말 궁금하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일찍 출근해서 어떤 일을 하는지, 작가는 보통 밤늦게까지 글 쓰고 늦게 일어나는 게 자연스럽지 않느냐고, 출근해서 글을 쓰는지 아니면 다른 것을 하는지, 할 일이 그렇게 많이 있느냐고, 정말 궁금해서 묻는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 아무래도 '작가'라는 이미지가 그런 것 같다. 늦은 점심, 따듯한 햇살, 커피와 필기구, 종이와 컴퓨터. 머릿속에 그려온 이미지와 이른 아침의 출근과 연결되지 않는 모양이다.
언제부터 작가로 불리기 시작했고, 작가로 살고 있다. 하지만 그건 내가 좋아하는 일을 설명하는 여러 이름 중의 하나이다. 나는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 시간 속에서 헤엄치기를 즐기지만, 그 밖에도 다양한 일을 수행하고 있다. 함께 모여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고, 아이들의 독서, 글쓰기도 지도하고, 누군가의 버킷리스트를 위해 출간 기획서를 다듬는 일도 열심이다. 원고를 완성하는 과정 외에도 편집, 인쇄, 유통, 홍보와 관련된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 그러니까 책을 읽고, 사색에 빠졌다가 자판을 두드리는 모습을 일과의 어떤 부분이지, 전체라고 말할 수 없다. 출판사 일과 관련해서 직, 간접적으로 참여해야 하고, 성취감을 맛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니까 나의 존재감을 넘어 누군가의 존재감을 밝히는 일로 삶의 영역을 확장하다 보니, 저절로 바른 생활 루틴이가 되었다. 아주 가끔 지금처럼 약간의 설명을 더해주면 그때부터는 상황이 묘해졌다.
"그렇게 힘들어서 어떻게 해요?"
"너무 힘들지 않아요?"
아주 가끔은 "잠은 언제 자요?"라는 말도 여러 번 들었다.
진짜 희한한 것은 '그렇게 힘들지 않다'라는 사실이다. 힘들지 않아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어떻게 하면 더 잘 해볼까, 다음에는 이런 걸 시도해 볼까,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만리장성 쌓기를 즐긴다. 잠을 자다가도 머릿속에 뭔가가 떠오르면 일어나 메모를 하거나 다이어리에 기록할 정도로 에너지를 집중하는 편이다. 어떻게 이렇게 되었을까?
결혼 전 직장 생활도 해 보았고, 일시적으로 재택근무도 했었다. 기억을 가만히 떠올려보면 나는 그때에도 무언가를 했다. 낮에는 일을 했고, 낮에 번 돈으로 밤마다 갈증을 채우기 위해 노력했다. 무언가를 배우거나 찾아다니거나 시도했다. 하다못해 운동이라도 했고, 난데없이 자격증을 따보겠다고 동영상 강의를 신청하기도 했다. 나이의 문제가 아니었고, 금전적인 것이 전부도 아니었다. 내 안으로 무언가를 흘러 넣어주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그러니까 '내 것'이라고 부를 만한 것을 찾아내고 싶었다고 말하는 게 정확할 것 같다. 그런 시간을 제법 오래, 성실하게 보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내 안으로 무언가를 흘러 넣어주고 싶다거나 내 것을 찾고 싶다는 열망 같은 것은 없다. 그저 '지금 하고 있는 것을 더 잘 해내고 싶다'라는 마음이 분명하고 또렷한 메시지가 되어 나를 움직이게 만들고 있을 뿐이다. 조금 일찍 출근하는 직장인처럼, 밤새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은 자영업자처럼, 기발한 아이디어에 실없이 웃고 다니는 크리에이터처럼, 아침에 출근해서 다이어리를 보며 일과를 시작한다. 해내야 하는 것들을 점검하고, 또 그것을 해내는 광경을 목격하면서 시간의 주인으로 살아가며 유연함이 내 발끝 사이로 흐르도록 노력 중이다. 그 마음이 여기까지 나를 이르게 했으며, 1년 후, 3년 후 나를 반짝이는 증거가 될 거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