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특강을 나가면 가끔이지만 아이들에게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기억에 남는 질문이 여러 개 있는데,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을 얘기하라면 "출판사는 얼마나 커요?"일 것 같다. 하긴 나도 그랬다. 어릴 때 출판사라고 말하면 굉장히 큰 공간, 큰 기계나 장비, 사방을 둘러싸고 겹겹이 쌓은 책을 떠올렸다. 출판사를 직접 본 적도 없으면서, 막연하게 어떤 이미지 같은 게 있었다. 무리도 아닐 것이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에게 대답해 준다.
"얘들아, 출판사에서 혼자 책을 만드는 것은 아니야. 선생님은 전체적인 과정을 관리하고 진행하는 일을 하고 있어. 아웃소싱이라고 하는데, 협업을 통해서 책을 만들고 있단다.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 따로 있고, 책을 인쇄하는 사람이 따로 있고, 책을 보관하고 배송하는 분들이 따로 있지. 여러 업체나 사람의 도움을 받아 완성하고 있어"
이렇게 이야기를 해주면 어느 정도 정리가 되는 분위기이다. 순식간에 대형마트에서 동네 편의점 크기로 줄어든 느낌이지만, 하지만 진실이다. 출판사를 처음 시작했을 때가 기억이 난다. 출판센터에서 교육을 받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첫 책을 완성하기는 했지만, 원고를 만드는 것까지만 이해하고 참여했을 뿐,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었다. 무지(無知), 그 자체였다. 그래서 어떤 참여도 할 수 없었다. 의견이라고 내세울 것도 없었다. 호기심도 아는 게 있을 때 생겨난다. 앎이 부족할 때는 호기심도, 배움도 생겨나지 않는다. 딱 내가 그랬다. 그래서인지. 몇 년 전만 해도 출판사 대표라고 소개를 받을 때마다 부끄러웠다. 모르는 것이 들통이 날까 봐, 모르는 것을 물어올까 봐 두려웠다.
그렇게 1년, 2년을 보냈다. 그동안 몇 권의 책을 나오기는 했지만 과정적으로 참여를 할 수 없으니 결정에 따르는 역할만 수행했다. 그러다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겨우 생겨난 궁금증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치부하는 것도 싫었고, 말없이 역할을 따르는 것도 나의 성격과 맞지 않았다. 필요한 도움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누군가를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문제는 차라리 도움을 주는 것은 몰라도 도움을 받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내가 가장 어려워했다는 점이다. 몇 날 며칠을 고민했다. 부담을 주거나 폐를 끼치는 것이 아닐까, 금방 답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출판사 일이 중요했고, 나는 그 일을 조금 더 잘 해내고 싶어 했다. 그러려면 배움이 필수였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현명한 선택이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한 분을 찾아갔다. 나보다 훨씬 경험이 많고, 맥락을 가지고 상황을 전달하는 능력이 탁월한 분을 찾아갔다. 그리고 그분의 도움 아래에서 어려운 위기를 하나씩 건너 여기에 이르렀다.
'서로 돕고, 함께 성장한다'라는 말의 의미를 출판사 일을 하면서 제대로 알게 된 것 같다. 도움을 요청하고, 도움을 받으면서 실감하고 있다. 거기에 예전과 달라진 것이 또 한 가지 있으니, 예전이라면 어떻게든 상황을 통제하여 원치 않는 결과를 피하기 위해 노력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도 많이 달라졌다.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 보니 문제는 생겨날 수밖에 없고, 통제라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상황을 통제하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실마리는 존재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마치 삶이 나보다 더 잘 안다는 것처럼, 막혔다 싶으면 어느 한쪽에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오늘도 나는 배운다. 출판사 일을, 출판사 일을 하다 보면 생겨날 수 있는 문제를, 나아가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까지. 혼자가 아니라 함께라서 가능한 것 같다. 정말 내가 잘 한 것이 있다면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라는 점이다. 도움을 받는 것도 힘들어했지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누구보다 서툴렀던 사람이었는데, 그날의 행동이 나를 살렸다. 아니, 덕분에 출판사가 반짝거릴 수 있게 되었다.
form. 기록디자이너 윤슬
special thanks book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