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카네기의 책을 처음 만난 순간부터, 나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이 "명료한 목표의식"이었다.
글을 쓰는 사람에서 책을 만드는 일을 더하고, 여러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동안에도 목표의식은 내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어떤 식으로든 내 손에 쥐여줘야 할 것 같은 과제였다. 그것을 찾기 위해 한동안 자기 계발서에 빠져 생활한 적이 있다. 책을 통해 알게 된 것을 노트나 다이어리에 적으면서 목표를 만들어 적어보기도 하고, 어떤 상황에서 목표의식 비슷한 감정이나 생각을 느끼는지 알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가끔은 나의 뇌 안에 탐지기가 있어 '삐'하고 소리가 울려 금방 알아차릴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좋겠다고 상상하기도 했다.
언제가 읽은 책은 내게 더 수준 높은 대답을 요구했는데, 어떻게 목표를 이룰 것인지 생각하지 말고, 목표를 수립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덕분에 내게는 제일 어려운 과제였다. 오늘은 그와 관련하여 오랫동안 생각했던 것을 조금 풀어볼 생각이다. 무엇보다 목표에 관한 얘기부터 해야 할 것 같다. 나의 목표는 무엇일까, 내가 세운 목표가 가진 의미는 무엇일까.
목표는 때로는 지위가 되기도 했고, 숫자가 되기도 했고, 자리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금세 목표를 잊어버렸다. 애써 기억해야 한다면 그게 목표일까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때부터 생각을 바꿨던 것 같다. 목표라는 것은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떠오르고, 생각나야 하지 않을까라고. 그러면서 찾은 나의 목표는 '나를 만난 사람들이 기록 디자이너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것은 위치, 상황, 조건에 상관없이 불쑥 튀어나왔고, 그 일에 관해 이야기를 할 때는 목소리에 힘이 가득했다. 의미에 관한 부분도 다르지 않았다. 롤 모델 혹은 어느 위인을 소개하는 것은 멋진 일임이 분명했지만, 수시로 헷갈렸다. 하지만 나의 경험은 아니었다. 기록하기를 통해 얻은 혜택은 어떤 조건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내가 그러했듯이, 다른 사람도 비슷한 감정을 경험하게 될 거라는 믿음 같은 게 있었다.
"작가님, 지금 얘기하신 것은 명료한 목표, 미래의 청사진이라고 할 수 없는 거 아시죠?"
언젠가 어느 CEO 모임에서 만난 분이 내게 해준 말이다. 목표라고 하면 기한이 있고, 단계마다 해내야 하는 것이 있으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과 성과가 필요한데, 내게는 그런 부분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진다고도 말할 수 없고, 이긴다고도 말할 수 없는 애매한 목표라고 했다. 당황하는 내 모습이 신경 쓰였던지 이야기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보통 명료한 목표가 있으면 목표에 맞춰 기한을 정하고, 단계적으로 어떻게 달성할지 세부 계획을 세운답니다. 물론 머릿속에는 멋진 청사진이 그려져있죠. 그래서 흔들리지 않고 문제가 생기면 해결 방법을 찾아 성과를 만든답니다. 신의 감정을 잘 다스려 실행으로 옮겨 성과를 만들어냅니다. 작가님은 명료한 목표가 있다기보다는 행위나 과정에 대한 목표 의식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목표가 딱 이거야라고 정해진 것 같지는 않고, 유연하게 무게중심을 옮기시는 것 같아요. 정확한 청사진은 없어 보이는데 '이렇게 하려고 해요'라는 게 있으신 것 같아요."
그날, 제법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덕분에 '명료한 목표의식'이라는 집착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from. 기록 디자이너 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