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나에게 참 많이 물었던 질문이다. 수시로 물었고, 그때마다 이런저런 대답을 내놓으려 나만의 장면을 완성했다. 관심이 가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린 다음,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일단 한번..."라는 식으로 나를 이끌어왔다. 아주 가끔은 교양 있는 사람처럼 보이는 선택을 하기도 했고, 어떤 날에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 몸을 움직이기도 했다. 하여간 어떤 식으로든 내가 지닌 결핍, 열등감을 해소하면서 건설적으로 만들어가고 싶다는 바람으로 여기까지 왔다. 그런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개척자라도 된 것처럼 몇 개의 문장을 지니게 되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나는 '착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만 빠지지 않는다면, 착한 사람이라는 방향성을 유지하는 삶을 추구한다. '착한'이라는 사회적 정의 또는 시대가 만들어놓은 이념이 아니라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배운 것을 나, 그리고 나의 삶을 연결하고 싶다. 긍정적인 면을 발견하려고 애쓰는, 조심스럽게 먼저 손을 내밀 줄 아는, 목적이 분명한 것에 대해서는 두려움 없이 함께 노래 부를 수 있는 사람. 내가 생각하는 착한 사람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하다. 금세 돌아서서 언제 그랬냐는 듯 다른 일에 몰입할 수 있는, 기본적으로 미소를 장착하고 있는, 엉엉 울 수도 있고 소리 내어 힘차게 웃을 수 있는 아이들이 내게는 스승이다. 그들이 지닌 자연적인 흐름, 세계를 신뢰한다. 그런 아이들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나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내가 돌아갈 곳이 어디인지에 대한 깨달음을 선사한다.
마지막으로 편견을 지니지 않는 사람을 꿈꾼다. 비록 허우적거리는 날이 있기는 하겠지만, 나를 끌어안는 경험을 통해 다른 사람을 끌어안는 태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뒷걸음치려는 마음을 인정하고, 실수를 용서하며, 나아가는 것을 격려하는 방식을 나를 넘어 다른 누군가의 세계에 대해서도 유지하고 싶다. 평가하지 않는 사람, 판단하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을 꿈꾼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고 싶었던 마음을 잊지 않으면서 말이다. 나는 억누르고 싶지 않은 것처럼, 누군가의 삶을 억누르지 않을 수만 있다면 '편견을 지니지 않은'이라는 어려운 일을 해낼 수 있지 않을까라며 하루에도 몇 번씩 되새김질 중이다.
몇 년 후, 나는 똑같은 질문에 대해 완전히 다른 대답을 내놓을 수도 있고, 비슷한 대답을 내놓을 수도 있다.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음'이다. 왜냐하면 나와 내 삶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적응과 변화의 중심에 있으면서 생각을 들여다보고,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 끊임없이 묻고 대답할 거라는 사실이다. 어떤 대답을 놓든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붙들고 살아간다면, 제법 괜찮지 않을까?
from. 기록 디자이너 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