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의 일이다.
이른 아침 기분 좋은 소식이 전해 들었다. 출판사 업무도 그렇고 작가 활동에도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시작이었다. 기분 좋은 말이 귓가를 맴돌았고, 뜻하지 않은 반가운 손님도 만났다. 그렇게 오전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나는 속으로 외치고 있었다. '역시 인생은 장미 빛이야, 노력하면 어떤 식으로든 성과를 이룰 수 있는 거야, 그래, 그게 인생이지'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겸손이 오만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점심을 먹을 때까지만 해도 하루 종일 나의 오만이 유효할 줄 알았다. 그러나 점심을 먹은 후 외부 업체와 문제가 생겼고, 원인을 찾아보았는데 결국 우리의 실수였다. 그것도 큰 실수였다. 해결 방법을 찾으면 될 거라는 생각에 주변을 살펴보았는데, 상황이 호의적이지 않았다. 거기에 업무를 미흡하게 해결하는 과정에서 작은 문제가 하나 더 얹혔는데, 그때부터 심각해졌다. 패배자가 된 기분을 떨쳐내기 힘들었고, 우리를 구원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걱정이 많아졌다. 앞으로 일어날, 불확실한 것들에 대한 두려움이 밀려왔다. 오전의 장밋빛 기운은 온 데 간 데 사라진 것은 물론, 의지를 발휘하면서 성실하게 이어왔지만 그것이 완벽한 결과를 보장하지는 못한다는 생각에 갑자기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해는 서산으로 넘어갔다. 밤이 되었을 때 주변에서 연락이 왔다. 해결책을 찾았는지, 방법을 구했는지, 밤을 꼬박 지새우고 있지는 않은지 염려하는 마음에 걸려온 안부 전화였다.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마음이 불편하고 걱정이 머리에 남아있었지만, 오후 시간 나를 내내 괴롭혔던 '노력이 무의미했다'라는 생각이 조금씩 꼬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이유 없이 당한 일은 아니었기에 마냥 억울하고 속상했던 마음에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분위기였다. 그러면서 혼자 되뇌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 방법이 있겠지, 어떤 배움이 있는 거겠지. 삶은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며, 함부로 평가 내려서는 안 된다는 거였어. 낯익은 것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낯설게 바라볼 수 있어야 했어, 그래, 그걸 놓쳤군.'
그날 다이어리 하단에는 짧은 글귀를 적은 기억이 난다.
"하루를 살았다. 아니다. 인생을 살았다"
from. 기록 디자이너 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