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문제를 반복하는 것으로도

by 윤슬작가

둘째여서 그럴 수도 있다. 점수에 대해 초연해지자고 마음먹은 것일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중학교 성적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일 수도 있다. 하여간 언제부터인가 나는, 우리는 성적 앞에서 심각해지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언젠가 아이들과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어릴 때 더 공부습관을 더 잡아주었으면, 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고, 공부를 시켰더라면 지금보다 더 낫지 않았을까라고. 하지만 결론에 대해 우리는 입을 모았다. 공부를 더 했으면 좋았겠지만, 시키는 대로 얌전하게 공부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성적도 하나의 기준에 불과하다. 공부라는 것도 하나의 재능이며, 방향이다. 아주 가끔 아이들과 내 삶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 기분을 갖게 하지만 절대적인 가치나 기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외면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에서 중, 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삶에 에너지가 넘친다는 것과 성적은 별개의 문제이다. 그래서 노력이 필요하다. 성적은 숫자에 불과하다고, 점수가 모든 것을 말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성적 또는 점수와 상관없이 발견되는 어떤한 패턴에 대해서는 조금 다르게 바라본다. 단순히 점수의 문제가 아니라 형태적인 측면, 익숙함이 만들어낸 결과에 대해서는 보다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방향으로 수정하려고 노력한다. 둘째의 경우, 첫째와 달리 책을 속독하는 편이다. 속독이라기보다는 흘려듣고, 흘려보는 경향이 있다. 함께 책을 읽으면서 지켜봐도 그렇고, 학원 선생님들도 비슷한 얘기를 건네왔다.


'너무 빨리 읽지 않고, 조금 더 세심하게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성적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가끔 어떤 이야기를 해도 흘려듣고, 무엇을 보았는데도 가볍게 스치는 모습이었다. 그 부분에 대해 고민을 하던 중, 방학이 되었다. 속독 또는 건성으로 읽는 것은 단기간에 고치기 어려운데,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그래서 찾은 것은 하루에 3문제씩 정독하면서 국어 문제를 풀어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시간을 정해놓고 했는데, 너무 부담을 주는 것 같아 알람은 참고만 하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달랑 3문제였는데도 처음 며칠 동안은 하루 종일 비가 왔다. 주룩주룩. 연습이 되어 있지 않아서 어려울 거라고 얘기해두었던 탓일까 그리 충격을 받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래도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니 조금씩 성장이 생겨났다. 흔한 말로 반타작을 하기 시작했다. 까마득하고 막막하다고 여겼던 마음에 서광이 비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어제는 밤하늘이 느닷없이 눈부신 햇살을 선물했다. 운 좋다고 하면 화를 내겠지, 하여간 3문제를 모두 맞췄다. 기분이 한껏 들뜬 모습에, 자신감 가득했다.


물론 내일 문제를 모두 맞추지 못할 수 있다.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안다. 모두 맞추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틀리는 개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삶은 성장을 동력으로 한다. 그러니까 하루하루의 노력이 방향이고 목표이다. 그 과정을 지켜보고, 응원해 준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자신감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마음으로 나침반을 향해 함께 나아가고 있다. 끝에 무엇이 있을지, 어떤 결과를 만나게 될지는 미리 걱정하거나 염려하지 않을 생각이다. 방향이 좋았고, 노력이 더해졌으니, 그러면 충분하지 않을까, 믿어볼 생각이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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