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출판사 창업 6년 차에 들어서다

by 윤슬작가

대표님. 출판사를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지금으로부터 6년 전, 출판사를 고민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굉장한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용기를 내었다.

출판사를 하고는 싶은데, 과연 해도 되는지, 전망이 괜찮은지 묻고 싶었다.

출판업계를 오래 몸담고 계셨던 분이라 적절하고 정확한 조언을 해줄 거라 여겨졌기에,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대표님, 출판사를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1인 출판사 말씀이시죠?"

"네..."

"10종만 버틸 수 있으면 괜찮을 거예요"

"10종이요?"

"그러니까 10권을 출판할 때까지 버틸 수 있으면 괜찮을 거예요"

.

.

"10권이요?"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분할 수 없는 얘기를 듣고 고민은 깊어졌고, 생각은 많아졌다.

"할 수 있을까? 아니, 해도 될까?'



몸을 움직이기로 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머릿속이 복잡해지면 몸을 움직이는 스타일이라는 것이.

거기에 고민이 많아진 것은 맞지만, 마음속에서는 포기가 아니라 방법을 찾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대구출판산업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닿았던 것 같다.

디자인, 콘텐츠 기획, 마케팅 관련 과정에 참여했고 수료증을 받았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미 출판사를 오픈한 후였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완벽하게 준비한 후에 시작한 것이 아니라,

시작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누가 보면 접근이 잘못되었다고 할만한 일을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던 것이다.

사실 아무렇지도 않았던 것 같다.

출판사를 시작한다고 해서 당장 이익이 생기는 것이 아닌 것처럼

당장 잃을 게 생기지는 않았으니까.



살자, 한번 살아본 것처럼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하고 시작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저 글을 쓰고, 쓴 글을 정리하여 책으로 완성되는 것이 좋았던 것처럼

출판사를 시작하는 일도 비슷했던 것 같다.

인디자인 프로그램을 통해 디자인을 하는 과정이 좋았고,

그렇게 디자인한 작품이 물성을 지닌 책으로 변신하는 과정이 좋았고,

일련의 과정을 함께 한 저자와의 인연이 좋았다.

그러면서 한 권씩, 한 권씩 책을 출판했다.




창업을 하고 6년 차에 들어서다.


1인 출판사를 창업하고 2년쯤 되었을 때, 10권의 책을 출판했다.

그러니까 10권의 책을 출판할 때까지 살아남았고,

올 초 출간된 나의 책 <나의 비서는 다이어리입니다>를 포함해 지금까지 30종의 책이 출판되었다.

그리고 올해 약 10종의 책이 세상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황소걸음으로 천리를 가겠다'라는 다짐이 유효했다고 생각한다.




1인 출판사를 하고 싶은 사람에게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한 1인 출판사,

창업이라기보다는 창직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업(業)이라고 말하기엔 부족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인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많이 받았다.

예상하지 못한 복병을 만나 일정이 미뤄졌을 때, 발 벗고 나서준 분이 있어 해결할 수 있었다.

작가적 마인드로 접근하다 보니 실수가 많았다,

보통 출판사를 하시는 분을 보면 편집이나 인쇄, 마케팅에 관해 경험이나 지식이 있는데,

나는 글을 쓰는 것을 제외하고는 문외한이어서 뱅글뱅글 돌고, 놓친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는 게 있다.

"그렇다면 출판사를 하지 않는 게 나았을까?"

"아니, 암만 생각해도 출판사를 시작한 것은 잘한 것 같다.

과정적으로 어려움은 있었지만

더 많은 인연을 만났고, 더 많은 꿈을 만났다.

더 많은 상상을 하게 되었고, 더 많은 보람을 느꼈다.

그래서 말해주고 싶다.

출판사를 원한다면, 출판사를 통해 뭔가를 해보고 싶다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해보라고"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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