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떠올렸을 때

by 윤슬작가

출판사를 하면 어떤 모습일까.

출판사 대표는 어떤 일을 할까.


출판사를 하기 전에 혼자 이런저런 생각과 상상을 했었다. 가끔 TV나 드라마에서 뿔테안경을 쓴 편집자가 나오는 모습은 봤지만, 오래된 골목 책방에서 앉아 손님이 골라오는 책을 두고 평점을 매기는 주인이 보았지만, 출판사 대표라는 사람을 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출판사라는 공간을 떠올리는 것도 어려웠지만 출판사 대표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더욱 어려웠다.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경험해 보지 않은 것을 떠올리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저 출판사라는 공간을 꾸려보고 싶다는 목표가 있으니, 그것을 향해 어떻게든 할 수 있는 것을 하나씩 해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출판사라고 하면 거창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인쇄공장을 떠올리고, 커다란 종이가 가득한 공간, 책이 선반에 재여있는 모습을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대형 출판사에서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출판사가 아니면 인쇄공장에서 출판업을 병행할 때의 모습이지 아닐까 싶다. 나처럼 작은 출판사를 운영하는 사람은 사실 일부 공정에 참여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저자 발굴이면 저자 발굴, 디자인이면 디자인, 인쇄면 인쇄를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유통이나 홍보 과정까지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 그래서 출판사를 시작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고 얘기하는 것 같다. 그중에서 나는 저자 발굴을 하고, 디자인 업무를 진행하고 있고 다른 공정은 외부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사실 출판사를 한다고 해도 딱히 힘쓸 일이 별로 없다.


하지만 딱 하나, 힘을 쓸 때가 있는데, 신간이 나왔을 때이다. 꼼꼼하게 테이핑을 하고 물류창고로 올려보내고, 나머지 물량은 창고에 보관하기 위해 이동할 때는 다른 방법이 없다. 오로지 '힘'만 있으면 된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다. 처음에 한두 종일 때는 상관없었는데 30종이 넘으면서 테트리스 게임을 하는 것처럼 이렇게, 저렇게 옮겨 다니게 되었다. 물류 창고에서 관리하는 것과 별개로 판매 추이를 살펴보고 재배치를 하게 되는데, 보통 신간이 들어오는 날에 함께 진행하는 편이다.


수요일이 딱 그랬다. 신간이 들어왔고, 마지막 공정인 띠지 작업을 자체적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한 상황이라 마음이 급했다. 편집팀에서 띠지 작업을 하고, 내가 책을 옮겨 재배치가 진행했다. 처음에는 책을 정리하는 노하우가 없어서, 들어오는 순서대로 빈 공간에 넣고, 쌓아 올렸는데, 도중에 물류창고로 올라갈 일이 생겼을 때 안쪽에 있는 것을 꺼내게 되어 일이 두 배가 되었다. 힘들게 몸으로 배운 까닭인지 이후부터는 노하우가 생겨 시간이 단축되었다. 그렇지만 노하우와 달리, 책 정리가 끝나고 나니 허리를 굽히는 게 쉽지 않고, 두 팔이 올라가지 않았다.


'어? 어... 어'


하지만 더 웃긴 것은 따로 있었다. 두 팔이 올라가지 않으면서도, '어?',어!'라는 소리가 나오면서도 혼자 비실비실 웃으면서 집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정리된 느낌이 좋고, 차곡차곡 정리된 모습이 마치 '성과'라는 글자처럼 보여서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힘이 부족해 애를 먹기는 했지만, 힘을 쓸 수 있는 나의 일을 가졌다는 사실이 나를 웃게 했다. 힘을 쓴다는 게 아니라 즐거운 일을 한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내가 어떤 삶 혹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왔는지를 떠올렸을 때 생각날 기억이 하나 더 생겼다는 사실이 파스를 사러 약국을 향하면서도 콧노래를 흥얼거리게 했다.


from. 기록 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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