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해 종을 울려야 할까?

by 윤슬작가

나는 부정적인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부정적이라는 말이 추상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는데 예를 들면 빈정대는 말투 또는 해봤자 소용없는 거라는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이다. 물론 상황이 부정적으로 흐를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최대한 합리적인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감정이나 분위기에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재활용품을 분리수거하듯 불필요한 것을 내 안에 축적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왜냐하면 그런 기분에 한번 빠지기 시작하면 한없이 추락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반면 꼭 챙기려는 것도 있다. 다른 사람들이 내게 해 주었던 좋은 느낌, 긍정적인 사람의 메시지는 기억하기 위해 노력한다. 밖에서 들어온 좋은 자극이 활력소가 된다는 것을 외면하지는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밖에서 들어왔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애쓴다. 왜냐하면 밖에서 들어온 것에 신경쓰기 시작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기준을 밖에 둘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래 전에는 나를 소개해야 하는 경우가 되면 어디에서 태어났으며 무슨 대학을 나왔는지, 어느 회사를 다녔는지를 얘기했다. 하지만 요즘은 완전히 달라졌다. 어디에서 출발했는지에 대한 언급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지금의 나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나는 일반적이라고 할 만한 방식으로 살아오지 않았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작가가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작가로 살아가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더 궁금하고, 출판사가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할 수 있는 일에 더 큰 호기심을 느낀다. 그러다보니 긍정적인 말을 듣기도 하고 부정적인 메시지를 경험하게 되었는데,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기준이다. 굳이 부정적인 상황을 만들지는 않아야겠다고. 거기에 동일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 없기 때문에 누군가의 말에 끌려가기보다는 '일단 한번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행동으로 옮기자고.


오래전에 아이들과 바닷가에 체험활동을 하러 간 적이 있었다. 물을 좋아하고, 체험활동을 겁내지 않았지만 생전 처음 보는 기구앞에서 눈이 동그래졌다. 서핑보드 위에서 앞뒤로 발을 저으면서 나아가는 것인데, 올라가면서부터 내 마음에 눌러붙은 것은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었다. "할 수 있을까?"라는 얘기가 이미 쫄았다는 것을 반증한다는 생각을 그때까지도 몰랐다. 하지만 올라가자마자 곧바로 90도로 넘어졌고, 몸이 물 속에 풍덩하는 순간 떠올랐다.


"할 수 있을까라고 물었으니, 이렇게 된게 아닐까?"

"일단 한번 해보자라고 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다시 올라간 무대, 두번째는 첫번째보다 훨씬 더 오래 머물렀다. 그리고 훨씬 더 천천히 넘어졌다. 그때 생각했다.

"어떤 상황에서든 할 수 있을까라고 묻지 말자, 차라리 일단 한번 해보자라고 용기를 북돋아 주자. 누구를 위해? 나를 위해!"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내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떠올렸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