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새로운' 모임에 나가고 있다. '원우회원님'이라는 말이 처음에는 얼마나 낯설었는지 모른다. 하루도 똑같은 날이 없지만, 그런 시간 속에서 디테일을 추구하여 나선 모임이었다. 긴장을 해야 한다거나 부담스러운 자리가 아니라 몸을 스트레칭하듯 일상적인 마음을 쭉쭉 늘여보고 싶어 찾은 곳인데, 시간이 흐를수록 좋은 분들을 알게 되었다는 마음으로 발걸음이 가볍다. 무엇보다 신기한 것은 나와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도 없고, 고민을 직접적으로 해결하거나 방향을 의논하는 사이도 아닌데, 꼭 동료를 만나러 가는 기분이다.
사실 처음에는 '사치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나는 아직 많은 부분에서 '발로 뛰는 한국인'을 자처해야 한다. 여기 있다가 저쪽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투입하고, 어느 순간에는 아침부터 글만 쓴 사람처럼 앉아 컴퓨터와 눈싸움을 해야 한다. 조용한 걸음이 필요한 날도 있지만 박스를 들어 올리고 내리는 일도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모임에 나가는 것이 지나친 투자가 아닌가 싶었다. 뭔가 나만 좋은 것을 하는 것 같은 미안함도 들었고, 그 시간에 골똘히 기획하고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일에 시간을 더 써야 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너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주위도 둘러보고, 반짝거리며 눈에 들어온 것이 있으면 걸음을 멈추고 들여다보고 싶었다. 그 마음이 '새로운' 길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곳에 가면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나이도 제각각, 하는 일도 제각각, 성향도 제각각이다. 정말 그래서 비스듬한 관계, 비스듬한 사이라는 느낌이 든다. 수평이 아니라 비스듬한 사이, 다시 말해 시소를 타는 것처럼 어느 위치로도 자유롭게 몸을 옮기고, 어떤 것을 통제하겠다는 것보다 위치를 정하지 않은 채 말랑말랑함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그래서일까. 뉴스를 보면 무서운 사건이나 이야기가 넘쳐나고, 권위 있는 모습이 아니라 권위적인 모습이 불편하다는 얘기가 자주 들려오지만, 함민복 시인의 글처럼 아직은 '말랑말랑한 힘'이 유효한 것 같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