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스승이다

by 윤슬작가

변화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대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변화는 기존의 질서에 혼란이 찾아오고, 혼란이 다시 질서를 구축하려는 의지를 발휘할 때 생겨난다. 그런 까닭에 어떤 의문도 가지지 않는 사람, 어떤 궁금증도 생겨나지 않는 사람, 어떤 행동도 하지 않으려는 사람이 변화를 맛보기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아니, 쉽게 생겨나지 않는다.


그 연장선에서 독서를 했는데도 삶의 변화, 일상의 변화가 생겨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독서도 다른 것들과 다르지 않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책을 읽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읽었다고 해서 곧바로 변화가 오지 않는다. 무엇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행동으로 옮겼을 때 진정한 독서의 완성이 된다. 예를 들어 하던 것을 하지 않기로 결심하던가, 하지 않던 것을 행동으로 옮겨보던가, 질문을 만들어 스스로에게 대답을 요구해 보던가, 저자의 대답에 대해 반박 내지는 나만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자발성을 발휘해 문장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선택, 나아가 행동이 필요하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이 최인아 대표가 쓴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이다. 나도 저자처럼 '내가 가진 것을 세상에 원하게 하고 싶다'라고 당당하고 말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내게 빠진 것이 무엇인지, 내게 넘치는 것이 무엇인지 조율하면서 '조금이라도 나은 나'를 만드는 일이 여념이 없다. 그런 와중에 놓지 않는 것이 있으니 바로 '독서'이다. 올바르다고 여기는 길로 나아가기 위해, 올바르다고 여겨지는 선택을 하기 위해 저자들의 질문에 대해 읽고, 묻고, 답하기를 즐긴다. 어떤 날에는 개인적으로 해방감을 맛보기도 하고, 어떤 날에는 조바심이 느껴지는 날도 있지만, 책은 좋은 스승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이번에 최인아 대표가 쓴 책은 키워드가 '일'이다. 일과 삶의 인사이트라고 되어 있지만, 첫 몇 페이지를 읽어내려가면서 받는 느낌은 '일'에 질문들이 많았다. 일의 본질에 관한 질문이 많은데 어느 페이지에서 저자가 일의 반대말이 무엇인지 물어왔다. 언제나처럼 잠시 책에서 눈을 떼어 먼 곳에 시선을 돌렸다. 멍 때리기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그러고는 한참을 생각했다.


'일의 반대말, 나의 대답은 무엇일까?'

'음, 나의 대답은...'


어떤 책이든 읽다 보면 필요에 의해서든, 시대정신에 의해서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금방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예전 같으면 속도를 내고, 권수를 채우기 위해 빠르게 지나가겠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질문의 요지를 알아차리고, 무엇을 발견하기를 원하는지 사유하는 버릇이 생겨났다. 그래서 곧장 대답이 나오지 않으면 책을 덮거나 먼 산을 바라본다. 낯선 상황일 수도 있고, 새로운 이야기인 경우도 있다. 아니면 너무 익숙한 까닭에 멈출 때도 있다. 하여간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혼자 깊은 생각에 빠진다. 하던 것을 계속할 것인지, 하지 않을 것을 새롭게 할 것인지, 하고 있는 것을 멈출 것인지에 관한 것들까지 말이다. 일의 반대말에 대한 의견을 대답한 후, 얼마쯤 읽어내려갔을까 또다시 걸음이 멈추었다. 호텔업을 하는 ceo가 자신의 일에 대한 본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서비스업이라고 대답했다. 이에 이건희 회장의 관점은 달랐다. 그는 '호텔업은 장치산업'이라고 했다. 진정 깨달음의 시간이자 경탄의 시간이었다.


' 아! 이렇게 바라볼 수도 있구나'


그때부터 책장을 넘기던 손이 멈췄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와 내 이야기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작업에 들어갔다. 출판업의 본질을 무엇일까. 아니, 내가 생각하는 출판업의 본질을 무엇일까. 세상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고 동의할 수 있는 정의가 필요해 보인다. 만약 이번에 스스로 출판업에 대한 본질을 정의 내릴 수 있게 된다면, 그 순간 나는 또다시 신인(新人)이 될 것이다. 처음처럼, 그때처럼, 다시 시작하게 될 것 같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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