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좋을 때 이어나가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가만히 살펴보면 기분이 좋을 때는 열정이 넘쳐난다.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평소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일에 대해서도 숨겨놓은 생명력을 찾아낸 것처럼 적극적으로 달려든다. 백 번, 천 번 생각해도 힘들 거라고 여겨지는 일에 대해서도 '한번 해보는 것은 어떨까?'라며 의욕을 발휘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세하게 살펴보면 크나큰 오류를 범하고 있다. 바로 조건이 붙었다는 것이다. '기분이 좋을 때'라는.
사실 감정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상당히 위험하다고 말할 수 있다. 아니, 본질적으로 위험한 게 정상이다. 감정은 언제든 바뀔 수 있고, 변덕을 부려도 이상하지 않다. 인간은 이성에 의해 움직일 것 같지만, 절대적으로 감정의 영향을 받는다. 지금껏 잘 해오던 일도 순간적으로 감정이 상하게 되면 마음이 변덕을 부려, 갑자기 하기 싫어지거나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것을 막기 어렵다. 이런 부분과 관련해서 자기 계발 영역에서 진지하게 고려해 봐야 하는 가치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노력'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예전의 나를 보면 그랬다. 기분이 좋을 때는 시키지 않아도, 나서서 뭔가를 더 해내고 싶어 했다. 일을 찾아서 했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복잡한 감정에 둘러싸이거나 의미를 찾지 못하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날에는 꾸준히 이어오던 행위, 일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어오던 노력에 대해 의심이 생겨났다. 노력이 불편하게 느껴지고, 의식적으로 훈련하는 것이 미련하게 느껴지면서 상대적 박탈감이나 자괴감을 경험했다. 급기야 노력해도 소용없다는, 하지 않아도 되는 비합리적인 근거를 찾아 들이대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모습이 보이려고 하면 서둘러 새로운 이야기를 들이민다. 어디에서부터 생겨난 것인지, 감정의 근원이 무엇인지 찾아보자는 말과 함께 감정을 알아차려준 다음, 조심스럽게 다독인다. 무너진 곳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고, 넘어진 자리에서 툴툴 털고 일어섰을 때 만나는 성장이라는 진실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면서 말이다. 왜냐하면 이제는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기분 좋아서 행동하고, 기분이 좋지 않다고 멈출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오히려 기분이 좋지 않을 때, 불편한 감정 속에서도 묵묵히 해낼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으로 능력이라는 것을. 어디까지나 감정의 영역이지,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루틴, 그러니까 일상성을 흔들 이유는 되지 않았다는 것을.
감정도 비슷한 것 같다. 반복하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좋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기분이 좋을 때 이어나가는 것은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성장은 기분이 좋고, 나쁨과 그리 관계가 없다. 오히려 기분이 좋지 않을 때, 그러니까 상황에 제약이 생겨나 외부 요인에 의해 애쓰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 그런 순간에도 이어나갈 때, 끝내 마주하는 것이 아닐까 여겨진다. 삶의 많은 부분은 사실 습관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많다. 감정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나도 모르게 습관이 되어있을 수도 있다. 그러니 감정에 휘둘리지 말자. 감정과 상관없이 해야 할 것이 있다면 '그냥' 하는 사람이 되어보자. 장기적인 안목으로 설정한 목표를 기억해 내어 나름대로 정한 규칙을 따르기 위해 노력해 보자. 기분이 좋아도 하고, 기분이 좋지 않아도 해내는 날들. 그런 날들에 대해 삶이 반짝거린다는 표현을 하는 게 아닐까.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