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작가님처럼 오래 글을 쓸 수 있어요?"

by 윤슬작가

"어떻게 하면 작가님처럼 오래 글을 쓸 수 있어요?"


북토크나 강의에서 공통적으로 자주 받았던 질문이다. 어떤 식의 대답이 나올지, 평소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의 차이는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마음을 너무 잘 알기에 매 순간 고민했더니 기억이 난다. 글쓰기를 마주하는 마인드와 관련해서 도움을 원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어느 정도 나름의 방식으로 이렇게 저렇게 다양한 시도를 한 사람들이 많았기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어느 정도의 기간을 유지해온 입장에서는 조금 더 현실적인 방법을 희망하는 것이 당연해 보였다. 그러면서 뜬금없이 글쓰기에 대한 개인적인 애정을 넘어, 직업의식 같은 것도 떠올렸던 것 같다. 하여간 드러나지 않는 고민의 시간을 제법 오래가졌고, 몇 가지를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가장 먼저 해 주고 싶은 것은 '루틴'이다. 시스템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습관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것 같다. 나는 10년 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글을 쓰는 시간을 정해놓았다. 예를 들어 한 시간 동안 글쓰기, a4용지 한 장 채우면 일어나기와 같은. 사실 한 시간이라고 해도 그 이상이 되는 날이 훨씬 많았다. 그리고 상황이 여의치 않은 날에는 10분밖에 쓰지 못하는 일도 생겨났다. 그럴 때면 머리가 복잡해졌다. 하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단순하게 생각했다. 10분이든, 한 시간이든, 나와 약속한 시간에 책상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며 일단 시작은 했다. 기억에 잔상으로 남아있는 것이든, 남아있는 감정에 관한 것이든, 궁금증이 사라지지 않는 것이든, 해결하고 싶은 것이든, 배운 것을 정리하는 것이든 분량이나 일단 시작했고, 상황이 허락하는 만큼 방법을 동원했다. 마치 태릉선수촌에서 국가대표라도 된 것처럼 말이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지만,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정성을 쏟았다. 지금도 스스로 뿌듯해하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이 부분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부터 먼저 감동을 할 수 있을 만큼의 노력을 했니?'라는 말에 나는 용기 내어 말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알아. 내가 매 순간,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성실하게 했는지. 그 부분만큼은 내가 자랑스럽다고. 물론 시간은 내가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새벽이나 밤늦은 시각, 방해요소가 가장 적은 시간을 정했다. 가끔 지나온 나의 모습을 두고 누군가 '일관성'이라는 단어를 적용하기도 했는데, 정확한 표현은 '글쓰기 루틴에 대한 일관성'이 맞을 것 같다.


두 번째로 진행했던 방법은 나만의 목표를 세우기였다. 나는 책으로 출간하겠다는 목표 또는 100일 동안 100편을 쓰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는 것처럼 나만의 목표를 세웠다. 크든 작든 목표를 세워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외면하거나 뒷걸음치고 싶은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왔다. 도무지 글이 써지지 않는 날에는 20분 동안 책을 읽고, 그 영감으로 10분 동안 시를 쓰기도 했다. 목표라고 하니 거창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는 다양한 접근을 허락했다. 쉬워야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글을 쓰는 행위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유지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다음, 나름대로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혼자만의 축하를 했다. 자체적으로 휴가를 주거나 원하는 것을 얻거나 가지고 싶었던 것을 품에 안겨주었다.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도 성장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는 메시지를 속삭여주면서 말이다.


마지막으로는 낯선 시도를 많이 했다. 새로운 시도를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곳에 나를 던지는 일을 많이 했다. 자주 얘기하는 것이지만 글을 쓴다고 산속으로 들어갈 이유가 없다. 오히려 삶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양함을 경험하든, 독특함을 경험하든, 불편함을 감수하든, 되돌아보면 그러한 것들이 내게 씨앗의 역할을 해주었다. 가장 쉽게, 낯설게 시도할 수 있는 것은 책이었다. 지식이 부족해 읽기 어려워하면서도 과학 책을 붙잡았고, 주변의 시선이 걱정되면서도 낯선 모임에 나를 가입시키는 것까지. 나에게 경험을 선물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추상적으로만 머릿속에 떠돌던 것들, 예를 들어 의지, 책임, 자유, 본질, 사랑, 낙관... 과 같은 것들이 훨씬 실재적이고 구체적인 단어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물론 이 외에도 부정기적으로, 순간적으로 해내는 것들도 있다. 하지만 이 세 가지와 다른 것들의 차이는 '그냥 하게 되네요'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자연스러운 행위라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내가 의식하기도 전에 몸으로 하고 있는 것들이다. 나는 곧잘 글쓰기를 두고 삶 쓰기라고 얘기한다. 그런데 정말, 살아볼수록 더욱 그런 것 같다. 글을 쓰는 것을 연습하는 것이 삶을 살아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자판위에 두드리는 마음이 삶에 대한 마음가짐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래서 늘 했던 말을 오늘 또다시 해보려고 한다.


"글쓰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요"

"글쓰기는 글을 쓰는 사람을 위해 가장 먼저 쓰인답니다"

"그러니, 오늘부터 지금부터 글쓰기 시작해 보세요"라고.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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