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전을 갔을 때도 그랬다.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할만한 작가, 출판사 들이 자체적으로 빛을 내며 그곳을 지켜냈다. 책을 출간했을 때도 그렇다. 실력이 출중하거나 표현력이 좋은, 관점이 탁월한 작가들의 작품 앞에서 자신감을 잃어버리기 일쑤였다. 끝까지 버텨낸다는 마음으로, 잘하는 것보다 즐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마음으로 버텨내지 않았다면 나의 세계를 쌓아간다는 생각보다 포기하는 게 더 빠르다고 여겼었다. 이처럼 나는 글쓰기는 것, 혹은 출판사 관련 업무이겠지만, 모두 비슷할 거라는 생각을 한다. 나보다 훨씬 수준 높은 상황이나 사람을 만났을 때 주눅 들지 않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기울이는 특별한 노력 같은 게 있지 않을까, 오늘은 그 질문을 화두로 삼아 이야기를 이어나가볼 생각이다.
"천재를 만났을 때 주눅이 들지 않을 수 있을까?"
나의 경우, 습관적으로 가장 먼저 '너와 나는 다르지 않다'라는 생각을 떠올리는 것 같다. 지금 마주한 분야에서는 상대방이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겠지만, 혹은 천재라고 부를만한 재능을 가지고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인간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한다. 다시 말해 천재라고 해도 약한 분야가 있고, 스스로도 의심하는 영역이 있을 거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비록 이 순간 나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고, 반면 나는 한없이 부족해 보이지만 내게도 숨겨진 잠재력이 있으며 기존의 생각이나 계획, 노력과 상호작용을 하면 현재보다 더 나은 지점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물론 이런 과정 속에서 내가 기울이는 노력이 있기는 하다. 성장형 마인드. 나는 노력하면 일정 수준까지 성장할 수 있으며, 의식적인 훈련이 더해지면 탁월함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래서 내게 공허감을 안겨주거나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는 상황이나 사람을 만나는 일은 가능한 피한다. 나의 시간과 노력은 적어도 나를 더 나은 상황이나 사람이 되는 일에 쏟아부으려고 노력한다. 마음껏 성장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람을 만나고, 그런 책을 읽고, 일련의 노력을 기록으로 남기며 눈에 담고, 마음에 새긴다. 그러니까 셀프리더십, 내가 나를 성장할 수 있는 쪽, 약간이라도 수준을 높이는 쪽으로 이끌어가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부가적으로 얻은 것 같다. 그들을 질투하기보다는 열린 마음이 받아들이게 되면서 어떻게 하면 내게 학습의 장이 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미 가진 것과 연결할 수 있을까를 궁리하며 보다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참여하는 사람이 되었다.
새 중에서도 멀리, 높이 날아다니는 새가 있고, 사람 가까이에서 생활하는 새가 있다. 꽃 중에서도 봄이 아니라 겨울이 되었을 때 솜씨를 뽐내는 경우도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정상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어느 지점이 되면 모든 것을 내려놓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평생이라고 말하는 기간 동안 제각각 하고자 하려는 것과 해내고 싶은 것이 다르다. 그런 점에서 누군가와 비교하거나 그 속에서 안정감을 찾으려는 행위는 불행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다른 존재를 인정하고, 그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겠지만, 어디까지나 스스로의 존재감을 밝히는 것으로 삶의 방향을 정해야 한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잠재력이 있고, 강한 분야가 있고, 타인과 세상에 공헌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사실을 기억하면서 자아성장과 발전이라는 키워드를 유지하면서 천재를 마주하자. 그들에게 위대함이 드러났다면, 우리의 삶에서도 위대함이나 탁월함을 드러낼 수 있다고 믿으면서 말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우리는 아직 여행 중이며, 천재는 이 순간, 내가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스승이라고 말이다. 그러면 마냥 두렵다거나 피하고 싶지만은 않을 것이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