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작은 것이 아름답구나

by 윤슬작가

산세비에리아가 집에 들어온 지, 15년 정도 되었다.


기억력이 부실해진 관계로 정확한 시점을 산출하기 어렵지만, 최소 15년은 지났다. 베란다에 있으면서 대부분의 날을 구석진 자리에 보냈다. 그러다가 어느 오후 공기 정화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거실로 잠시 거주지를 옮긴 적이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왔다.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견딘다, 버틴다는 말 밖에는. 그런 산세비에리아가 꽃을 피웠다. 처음에는 소심해 보였고, 며칠 후에는 조심스러워하는 눈치였다. 그러고는 며칠 전, 허리를 꼿꼿하게 편채 나를 불렀다. 주인의 변덕으로 인해 언제 어디로 이동할지 모르는 운명으로 살아낸 당당한 얼굴로.


산세비에리아 꽃.

피우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구경하기도 어려운 꽃.

진실로 생명의 신비, 자연의 신비라는 말이 절로 떠올랐다.

그러면서 동시에 순간적으로 무수한 질문이 생겨났다.


"산세비에리아의 모험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을까?"

"이 꽃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어떤 말도 못 한 채, 15년을 견뎌낼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산세비에리아가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이며, 내가 모르는 것은 무엇일까?"


걸음을 멈추고 바닥에 주저앉아 한없는 시선으로 산세비에리아 꽃을 바라보았다. 길에서 아주 우연히, 위대한 선각자를 만난 사람처럼 말이다. 그러고는 듣기를 청했다. 내가 보지 못하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를 희망하면서 말이다. 삶은 놀라움으로 가득 차있다는 말을 끝내 내뱉게 만든 순간에 관한 얘기도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어떤 말도 없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내가 내뱉는 말과 감정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이후에 일어날 일에 대해, 어떤 순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며 무엇을 마주하게 될지, 지금 이 순간이 영원히 이어지기를 바라는지, 그렇지 않은 지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었다. 신비로움으로 가득 찬 나의 모습과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으로 말이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책이 있다. 경제, 경영 분야 책으로 자본주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안하는 책이었다. 거대한 것, 물질적인 것, 외형적인 성장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면서, 작은 조직의 힘을 역설하면서 과감하게 '잠시 멈춤'의 버튼을 눌러야 한다고 역설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어떤 이유로 읽게 되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강렬한 제목 때문인지, 제법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러다가 불쑥, 나도 모르게 툭 터져 나오곤 한다. 지금처럼 말이다.


"진짜... 작은 게 아름답구나!"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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