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의 일이다. 주말, 더운 날씨를 피해 카페로 도망치듯 나왔다. 많이 덥지 않으면 어떻게 버텨보려고 했지만, 땀 흘리면서 고생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멀지 않은 곳이라, 가벼운 복장으로 길을 나섰다. 조금 이른 시각인지 카페는 복잡하지 않았다. 왼쪽에 어르신들이 예닐곱 명 얘기를 나누고 있었고, 창가 쪽에는 삼삼오오 몇 팀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구석자리가 좋겠다는 마음에 왼쪽으로 몸을 돌렸다. 어르신들이 있다고는 해도 주변에 다른 사람이 아무도 없어 조용할 것 같다는 나름의 계산을 하면서 말이다. 주문한 음료가 나오고, 기분 좋게 티라미수 케이크를 한입 떠먹었다. 역시, 티라미수가 제일이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니까 싹싹 빌 때까지 기다리세요. 매운맛을 보여줘야 해요!"
불길했다. 뭔가가 불편한 감정이 쑥 고개를 내밀었다.
'이건 무슨 상황?'
가뜩이나 밝은 귀, 제대로 발동되기 시작했다. 문제의 M. 그녀의 이름을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르겠다. 완벽하게 재현은 못하겠지만, M 이 말실수를 한 것 같았다. 그로 인해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할아버지가 마음이 상했고, 이참에 M의 버릇을 고치자는 쪽을 의견이 모아졌다. 누구는 어떻게 얘기하고, 또 다른 누구는 그 상황을 윗선에 전달하고. 당연히 마음이 상한 할아버지는 출입을 아예 끊고, 마음이 단단히 상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일에 집중해야지라고, 애써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M이 어떤 잘못을 했는지 궁금한 마음에 자꾸 귀가 그리로 향했다. M에 대한 정보는 상세한 얘기는 들려오지 않았다. 다만 불똥은 이상하게 튀어 그런 상황에서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은 S가 더 문제라는 결론으로 치닫고 있었다.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이어폰을 꺼내 볼륨을 높였다. 그렇게 두 시간 정도 흘렀을까. 화장실에 다녀오기 위해 잠시 이어폰을 내려놓았다. 어쩔 수 없이 어르신들의 자리를 지나치게 되었는데, 아까 그 M 인지, S 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그 이름이 거론되고 있었다. M은 여전히 혼나는 중이었고, S와는 이별의 수순을 밟고 있었다.
자리에 앉아, 한 가지 일만 더 마무리하면 일어서야겠다는 마음으로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스트레칭을 할 때였다.
"내가 보니까 적립식 펀드를 넣을 때, 10일 전후가 좋은 것 같아"
"왜?"
"그때는 일시적으로 잠깐 하락하는 분위기가 조금 있거든"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
"일시적 하락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현금으로 활용할 계획이 있다면 정기예금이 나을걸?"
"정기 적금으로 일부 넣고 있고..."
"BMI는 키의 제곱으로 몸무게를 나누는 거잖아?"
"체질량지수 말하는 거지?"
"요즘 내가 ..."
"새롭게 공부를 시작했는데, 만나면 꼭 얘기해 주고 싶었어!"
"어떤 건데?"
"그러니까..."
귀가 밝은 탓인지, 사람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것 때문인지 건너편에 앉은 두 청춘의 이야기를 모조리 듣고 말았다. 중학교 아니면 고등학교 동창인 것 같아 보였는데, 군대를 마치고 스물 중반쯤 되어 보였다. 둘은 자전거를 타고 카페에 온 모양이었다. 각자 꾸준하게 운동을 하고 있으며, 재테크에 대한 공부와 자기 계발에 열심이었다. 그러고는 그동안 자신이 경험한 것과 공부한 것을 공유하는데,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데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내 마음까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딱 내가 좋아하는 모습이었다. 서로의 노력을 인정해 주고, 잘 하고 있다고 격려하는 모습. 제3자의 이름이 단 한 번도 거론되지 않는 상황, 좋은 것을 나누고 싶어 하는 마음, 용기 내어 시도해 보려는 태도까지. 글자 그대로 '아름다운 동행'이었다. 경력을 쌓아가는 것과 관련해 이직에 대한 고민이 있다는 얘기를 뒤로하고 다시 이어폰을 꺼내들었다. 그러면서 순간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