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게이츠에게 배운 '생각주간'

by 윤슬작가


인간의 정체성은 생산을 통해 형성된다

- 담론, 신영복-



나는 어떤 일에 대해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다. 개인적인 만족이든, 단 한 명에게라도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일이라고 여겨지면 정해진 형식을 따르기보다 '새롭게 시도하는 것'에 마음을 낸다. 그것도 자발적으로 말이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 과거를 돌아켜 보면 하나를 진득하게 잘 한다는 소리보다 호기심이 많고, 열정이 가득한 사람이라는 소리를 더 많이 들었다. 덕분에 훈장처럼 포장해서 말할 수 있는 실패 자산도 몇 개 지니고 있다. 희한하게 매 순간 에너지가 솟아올랐지만, 지속적으로 매달리는 것에 흥미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 내가 출판업에 시작했다.


경력 6년 차.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 길 위에 서 있다. 책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에서 개인적인 만족감도 느껴지고, 출판사에 종수가 쌓이면서 보람도 느끼고 있다. 무엇보다 책을 만드는 전체적인 흐름은 동일하지만, 과정적으로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매 순간 다른 일을 하는 느낌이다. 저자도 다르고, 메시지도 다르고, 작업과정도 다르다 보니, 권태나 무료함 또는 게으름이 찾아들 틈이 없다. 저자와 편집자, 출간 일정까지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최고의 팀워크를 만들어내겠다고 덤비다 보면 어느새 책이 완성되고 있고, 아침마다 발주수량을 체크하는 상황이 펼쳐져 있었다. 그런 까닭에 누가 하라도 등을 떠민 사람도 없는데, 매일 똑같은 일을 완전히 새로운 일을 하는 사람처럼 조율하고 점검하고 있다. 그러니까 책을 만드는 모든 순간이 내게 안정감, 애정, 소속감을 넘어 자아실현의 욕구를 실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6월 중순부터 '생각주간'을 보내고 있다. 출판사의 방향과 윤슬 타임 글쓰기 아카데미의 방향에 대한 깊은 고민을 이어나가고 있다. 외부 강의와 이미 정해진 일정을 제외하고는 가급적 사람을 만나는 일도 자제하고 있다. 생각에 방해를 받지 않고 싶다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스스로 되돌아보고 나아가기 위한 방향성이 절실한 까닭이다. 결정적으로 한 실수라고 말할 것은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라는 의문에 스스로 답을 구하고 싶었던 이유도 있을 것 같다. 보통 때라면 글을 쓰거나 걸으면서, 혹은 운동을 하면서 일시적인 감정이나 막힘에 대해서는 해결 방법을 찾았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그만큼 자극의 강도가 높았다는 의미이며, 위기를 기회가 전환하기 위한 집중력이 필요해 보였다. 물론 그렇다고 단식을 하거나 아예 산속으로 들어가는 스타일도 아니라서 반경을 심플하게 하여 일상에 충실하기 위한 노력 중이다.


"요즘 생각주간이야'


『빌 게이츠는 왜 생각주간을 만들었을까』라는 책을 읽고서는 나도 '생각주간이라는 것을 가져봐야겠어'라고 결심한 것이 2014년 즈음이다. 그때부터 장난삼아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고 있다. 처음에는 일상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장난스럽게 시작했는데, 어느 지점부터는 장난으로 끝나지 않았다. 거리 두기를 통해 불필요한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고,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조금 더 잘 들려왔다. 혁신까지는 아니어도 사그라들던 열정에 불이 지펴졌는지 '일상으로 복귀하고 싶어'라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때마다 어느 날에는 방향이 수정된 경우도 있었고, 그대로 밀고 나가면 된다는 메시지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건강한 상태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번에는 생각주간을 조금 길게 잡았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것에 대한 재평가의 시간이 필요했고, 떠밀려가는 게 아니라, 스스로 헤엄쳐나가고 싶다는 욕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이번에는 오타니 쇼헤이의 '만다라트'가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우연히 6월에 알게 되었는데, 생각주간에 들어오면서 중심축을 잡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만약 생각주간을 가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생각주간을 시작하기는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오타니의 만다라트를 추천해 주고 싶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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