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비가 내리고 있다. 장마라고 하지만 여느 해와는 다른 모습니다.
표현이 이상하기는 하지만, 조금 '어려운' 장마 같다. 예측에도 한계가 있어 보이고, 대응도 쉽지 않아 보인다.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가 연일 뉴스를 장식하는 요즘, 실종자, 사망자 숫자를 확인하는 동안 사고 현장 영상이 수시로 올라온다. 그때마다 며칠 전 강의를 위해 전라도를 다녀올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비가 많이 와서 걱정 가득한 마음으로 나선 길, '설마, 저 하천이 넘쳐 도로 위로 올라오지는 않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와이퍼를 열심히 움직였다. 잘 피해서 얼른 일 잘 보고, 맑은 쪽으로 옮겨가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같았다.
나는 비를 좋아하고, 일부러 빗소리를 들으며 걷기를 즐기는 사람이다. 빗소리에 맞춰 내 심장이 춤을 추는 기분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빗방울이 살금살금 내려앉을 때의 모습이고, 이번처럼 쏟아지는 상황이 벌어지면 완전히 달라진다. 자연에 대한 두려움과 사소한 것의 소중함이 동시에 가슴팍에 달려든다. 그러면서 방금 전 무심하게 스쳐왔던 것에 대해 어떤 모습이었는지 자세하게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사람처럼 마음이 걱정스러워진다. 상관없는 것처럼 지내놓고는, 내가 어디에 발을 디디고 서 있는지에 대한 자각이 생겨나면서 순식간에 멍한 얼굴이 된다.
이런 상황이 놓일 때마다 머쓱해진다. 지구의 주인처럼 살아가는 나와 우리들. 진짜 지구의 주인이 누구일까라는 의문이 생겨난다. 망연자실이라는 단어, 아쉬움과 허탈함, 두려움이라는 감정. 우리가 주인이라면 어려운 일을 피해 가고, 예측 가능한 것들 사이에서 있으면서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모습이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하다. 그러면서 도리어 질문지를 받아든 느낌이다.
"누가 지구의 주인인 것 같아?"
하루라도 빨리 잦아들기를, 조금이라도 피해가 줄어들기를 희망할 뿐이다.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걸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팔을 앞뒤로 휘저으면서 개선장군처럼 거닐다가는 자칫 모든 것이 날아가 버릴 기세이다. 너무 크게 말하는 것도 조심해야 할 것 같다. 몸짓의 문제이지,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지지 않았다고 여길 것이 아니라,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믿고 싶은 마음을 경계해야 할 것 같다. 있어야 할 것에 그대로 있다는 것, 그건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었다.
from. 기록 디자이너 윤슬작가
지난 주말, 지나는 길에 화원유원지를 잠시 들렀는데, 눈앞에서 보는데로 믿기지 않았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장마가 끝나고 더이상의 피해가 생겨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