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성공도 괜찮다

by 윤슬작가

우연한 기회에 참여하게 된 프로젝트. 생전 처음 해보는 일이었다. 업무 처리방식도 처음이었고, 결과에 대한 평가도 생소했다. 경험이 부족해서 관련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이었고, 다른 사람들의 처지도 크게 다르지 않아 도움받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책임과 권한이 동시에 주어진, 새로운 도전이었는데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큰 배움이 있겠지’라며 호기롭게 덤벼들었다. 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실패라면 실패일 것이고, 억지로 꿰맞춘다면 절반의 성공 정도 될까. 마감 날짜는 다가왔고,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데 결과는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 나를 비롯해 모두 생전 처음 경험한 일 앞에서 사기는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서로에게 위로의 존재가 되었지만, 앞으로 덤벼들 일에 대한 두려움이 얹어져 부담감을 떨쳐내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마지막 자료를 넘기고, 가볍게 저녁을 먹으면서 얘기했던 날이었다.


“다시는, 이렇게 무모한 도전은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얼마나 했는지...”

“평가받는 건 언제나 힘든 일이야...”

“이 나이에 도전은 아무래도 무리인가, 하던 거나 계속하면 되는데 괜한 일을 했네... 정말 자주 떠올랐습니다...”

“저두요. 저두 그 생각 진짜 많이 했어요”

나도 모르게 진심이 툭 터져 나와버리고 나왔다.


지금껏 결과와 상관없이 과정에 의미를 부여하고, 목표를 기억하면서 노력한다는 것에 기대어 살아온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성과에 대한 두려움에 대해 자유롭지 못했다. ‘큰 성과’가 아니라 ‘큰 경험’으로 자산 장부에 기록해야 한다는 사실이 못내 아쉬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마침표를 찍어야 했고, 인정해야 했다. 잘하고 싶어서 덤빈 일이지만, 잘 해내지 못했다는 것을. 어떤 식으로든 항상 끝이 있다는 것을. 아니 또 다른 시작이라는 것을. 모두 이런저런 생각에 빠졌는지 누구도 말이 없었다. 그때였다.


“그런데, 그런 말이 있잖아요. 씨앗을 뿌렸다고 모두 열매가 생기면, 세상에 못 하는 사람 아무도 없고, 못 자라는 나무 없지 않을까요? 안 그래요?”

“그렇지... 노력한 대로 다 되었으면 난 여기 없었을걸... (웃음)”

“나도 노력했다고 다 된 건 아니었어요. 안 된 게 얼마나 많은데... 음, 절반 정도 성공했으려나?”

“절반 성공했으면 대단하지? 나는 그보다 더 적은 것 같은데”


역시 뭘, 좀 아는 사람들이었다. 비가 오고 나면 땅이 단단해진다는 것을 말이다. 나도 그랬다. 어떻게 해보려고 노력했지만, 뜻대로 안 된 일이 많았다. 그럴 때 도움을 많이 받았다. 지인, 친구, 예상하지 못한 귀인의 도움으로 문제가 해결된 적이 있는, 운 좋은 사람 중의 한 명이다. 그런 것들 이래저래 끌어모으면 절반의 성공은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 순간이었다. ‘완벽한 성공’이 아니라 ‘절반의 성공’을 위해 살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생각이 거기에 다다르자,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다.


‘맞아,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시작한 거 아니잖아.’

‘내가 경험해보고 싶다고 덤빈 거였잖아’


애초에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한 것도 아니었고, 자랑하기 위함도 아니었다. 경험을 쌓아보자고 시작한 일이니, 이번 일을 통해 배운 것도 상당하니 나름 괜찮은 것 같았다. 거기에 망각곡선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며칠이 지나고 나면 아픔도 절반은 줄어들 테니, 밤에 잠을 푹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무래도 그 방향이 적중했던 모양이다. 오늘 이렇게 종이 위에 툴툴 털어내는 것을 보니 말이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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