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은 삶이 철드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by 윤슬작가

'저것을 해보면 어떨까?'

'이렇게 바꿔봐도 좋지 않을까?'

'어떻게 비슷하게 한번 해볼 수는 없을까?'

'저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 뒤에는 또 무엇이 있을까?'


내가 여기까지 걸어오는 동안, 가장 큰 배경이 되어준 것은 '호기심'이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는 것처럼, 호기심 덕분에 얻은 게 있는가 하면, 잃은 것도 있다. 굳이 경험하지 않아도 될 감정이나 상황을 마주한 것은 어찌 되었건 호기심을 실행에 옮긴 게 원인이었다. 친구를 잃은 경험도 있고, 오해를 산 적도 있고, 끊임없는 자기반성을 하며 스스로를 괴롭히는 일들. 그 외에도 이제는 가물가물해졌지만, 한동안 마음을 복잡하게 했던 일들의 시작에도 '호기심'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바라보았을 때, 호기심은 내 삶에 있어 긍정적인 역할을 더 많이 했다.


우선 '낯선 것'을 '두려운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스스로 폭을 넓힐 수 없지만, 호기심 덕분에 폭을 넓힐 기회를 얻은 게 사실이다. 가 보았기 때문에, 만나보았기 때문에 알게 된 것이 있었고, 그렇게 축적된 것들은 역량이라는 이름으로 재구성되었다. 거기에 또다시 낯선 것을 만나게 되었을 때, 두려움으로 물러서기보다는 설레는 마음이 생겨났으며 진행하는 과정도 굉장히 자연스러웠다. 호기심의 선순환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자연을 향해, 기술을 향해, 사회를 향해, 사람을 향해 한 걸음 더 내디딜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또한 호기심은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한 관점도 바꿔주었다. 익숙하게,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예상하고 있는 것처럼 바라본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면서 나의 관점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아가 사람은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 있으며, 관계를 잘 맺기 위해서는 유연한 태도가 중요하며, 이는 새로운 마음으로 다가서고 싶다, 새로운 시선으로 마주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확장되었다.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는 것이 훨씬 수월해졌고, '사람'을 더욱더 좋아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호기심'은 나를 사랑하고, 내 삶을 사랑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호기심은 '시도하는 용기'를 키우는데 보탬이 되었고, '목표'에 대해서도 진지한 태도를 취하게 만들었다. 나를 믿는 마음으로 삶을 경험하기를 부추겼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반신반의, 장난 가득한 마음으로 가볍게 시도한 일들이 나중에는 누구보다 적극적이며 열성적으로 변해있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렇게 하나둘 쌓인 것이 '데이터'라는 이름으로 내 안에 축적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또다시 호기심으로 재탄생되었고 '저것을 한번 해보면 어떨까?'라는 마음으로 길을 나설 수 있게 도와주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인류가 이뤄낸 모든 것들.

눈부신 성과를 낸 사람들의 모습에서 '호기심'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실 우리 모두 어린아이였을 때는 궁금한 게 많았다. 그러다 알게 된 것이 많아지고, 요구하는 것을 감당하는 일에 집중하면서, 해내야 하는 것에 주의를 빼앗기면서 호기심도 사라졌다.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잃어버렸다'라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지금이라도 되찾아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 마음으로 호기심을 찾아 떠나는 이들을 위한 슬로건을 하나 만들었다. 호기심을 되찾아보겠다며 운동화의 끈을 새롭게 묶는 사람, 그 사람이 허리를 펴서 고개를 들어 올리면 가슴에 멋진 띠를 붙여주고 싶다. "호기심은 삶이 철드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적어서 말이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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