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걷는 독서, 짧지만 굵은 글

by 윤슬작가


진정한 독서란

지식을 축적하는 '자기 강화'의 독서가 아닌

진리의 불길에

나를 살라내는 '자기 소멸'의 독서다.

-<걷는 독서> 중에서





“돌아보니 그랬다. 가난과 노동과 고난으로 점철된 내 인생길에서 그래도 나를 키우고 나를 지키고 나를 밀어 올린 것은 ‘걷는 독서’였다. 어쩌면 모든 것을 빼앗긴 내 인생에서 그 누구도 빼앗지 못한 나만의 자유였고 나만의 향연이었다”라는 글이 한눈에 들어왔지만, 단번에 읽어 내려가지 못했다. 간결한 단어의 연속이었지만, 그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하는 결정적인 언어였다.


자유의 몸이 된 지금도, 무기수가 되어 한 평짜리 감옥 독방에 있을 때도 박노해 시인은 ‘걷는 독서’를 포기하지 않았다. 걸을 수 있는 한, 정확하게 표현하면 ‘걷는 독서’를 할 수 있는 한, 그는 살아있는 존재였다. ‘걷는 독서’는 그에게는 새로운 공기를 주입하는 것이었고, 쓸모와 쓰임에 대해 연구하게 했으며, 세상을 등지지 않은 구도자의 길을 걷게 했다. 그런 그가 반복적으로 말한다. ‘읽었다’가 아니라 ‘읽어버렸다’의 삶을 추구해야 한다고.



박노해 시인은 ‘걷는 독서’를 통해 ‘자기 소멸’을 이야기한다. 자아실현을 거쳐 자기 초월로 나아가듯, 자기 강화에 머무르지 않고 자기 소멸을 강조한다. ‘날마다 계속되는 나의 반성’을 통해 어떤 숨결이 일어나고, 불꽃이 피어오르고, 끝내 살라지고 비워져야 안으로만 채우는 게 아니라 삶과 연결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걷는 독서>가 그대 안에 있는 하많은 생각과 지식들을 ‘목적의 단 한 줄’로 꿰어내는 삶의 화두가 되고 창조의 영감이 되고 어려운 날의 도약대기를. 어디서든 어디서라도 나만의 길을 걸으며 ‘걷는 독서’를 멈추지” 않기를 희망하는 시인의 간절함이 책장을 덮은 뒤에도 한참 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423편의 짧은 글로 구성된 <걷는 독서>는 길지 않아 읽기에 부담이 적고, 깊이가 있어 읽는 재미가 있다. 어떤 것을 바로잡는 일에 쓰여도 좋고, 진심을 향해 한 걸음 내딛는 일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 작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0배의 법칙 / 집착은 재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