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가 막힌 기분이 들었다면

by 윤슬작가

글을 쓰다 보면 어떻게든 글을 되살리려고 애를 쓰지만 길이 막혔다는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연결고리조차 보이지 않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 메모는 큰 도움이 된다. 나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일 수 있고, 어떤 특정한 사람에게만 해당할 수도 있지만, 허기진 배를 채우는 데에는 이만한 게 없었다. 나는 여러 번 메모의 도움을 받았고, 그래서인지 여기저기 낙서하듯 메모하는 버릇이 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았을 때 메모의 장점은 상당하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뭔가 막힌 느낌이 들 때,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반듯한 글씨체로 아니더라도 메모에 기록해 둔 것을 실마리 삼아 글을 완성할 수 있었다. 어떤 날에는 페이지를 오가며 조금 더 적절한 소재나 주제를 찾아보기도 했다. 그 덕분에 질문을 건네는 글을 쓸 수 있었고, 대답을 내놓을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굳이 직업적으로 다가가지 않더라도, 메모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나의 감정과 생각, 순간적인 경험을 기록하면서 뭔가 적극적으로 내 삶에 관여하는 기분을 들었다. 찬찬히 내 얼굴을 뜯어보는 일이 없는 것처럼, 나를 찾아온 경험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일이 없는데 메모할 때는 조금 달랐다. 아주 결정적이지는 않지만, 무심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는 기분을 갖게 했다. 그 덕분에 의도하지 않았는데, 메모를 통해 관찰력이 향상되었다. 세밀하게 쓰다 보니, 절절하게 표현하다 보니, 현실감 있게 묘사하다 보니 절로 그리된 것 같다.


자연스럽게 이쯤에서 “어떤 것을 메모하면 좋을까요?”라는 궁금증이 생겨날 것 같은데, 일상생활이나 평소 관심 있게 바라보는 것, 또는 새롭게 다가간 것이 소재가 되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감동이 밀려오거나 의구심이 생겨날 때, 충격적이거나 신선한 장면을 목격하면 메모를 한다. 혹시 숨겨진 이야기는 없는지, 애써 담담해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하면서 말이다. 어느 날에는 관심 있는 것에 대한 영상이나 자료를 찾다가 종이 또는 핸드폰 메모장을 펼치기도 한다. 빠른 속도로 지나치는 게 있으면 화면의 캡처 기능을 이용하기도 하는데, 어떻게든 나에게 설명할 수 있으면 되기 때문에 정해놓은 방식은 없다. 사라지는 것을 막아내기만 하면 되었다.


일부러 메모할 만한 것을 구할 때도 있다. 평소 관심 없는 영역, 사람, 책, 이슈를 찾아 메모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굳어버린 머리가 조금 말랑말랑해지는 기분이다. 처음부터 없었던 게 아니라, 아주 기본적인 것조차 몰랐다는 사실에 당황하면서도 배움의 기쁨이 더해져 괜히 어깨가 으쓱해진다. 덤으로 지금까지의 관점을 계속 고집할 게 아니라 다른 관점, 해석에 대한 필요성도 깨닫기도 했다.


글쓰기에 관해 연구하는 사람이면 메모하는 습관을 지니기 위해 노력해 보자. 메모습관을 가졌다고 해서 글쓰기 실력이 갑자기 좋아진다거나 높은 수준으로 한달음에 달려가지는 못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막힌 것을 뚫는 데에는 도움이 된다. 나아가 글의 온도를 바꾸고, 패턴에 변화를 가져오는 데에도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그러니 ‘글’이 아니라 ‘메모’에 욕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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