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었어요. 우울증, 공황장애로 병원에 다니고 있었는데, 그때 지인이 저에게 일기를 써보라고 권유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저에게는 구원의 손길이었어요. 우연히 시작한 일기 쓰기를 지금도 하고 있으며. 그 사실이 저를 이곳으로 이끌었어요”
주변을 둘러보면 글쓰기를 통해 삶에 변화가 생겼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많다. 가장 가깝게는 내가 그랬고, 글쓰기 수업에 참여하는 분들의 마음이 그러했고, 어느 날 우연히 만난 분의 고백도 다르지 않았다. ‘글’에 관한 얘기를 하는 내내 기분 좋은 말투였고, 한 곳이 비어있는 느낌보다는 따듯한 기운이 주위를 둘러싼 인상을 주었다.
글, 도대체 글에는 어떤 힘이 있는 걸까?
글쓰기를 오랫동안 지속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확인한 것도 있고, 누군가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몇 가지를 발견했다. 무엇보다 글은 마음을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 마치 낯선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준다. 좋은 글을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마음의 빗장이 풀리면서 몸이 빨려 들어가는 것도 모르고 있다가 정신 차렸을 때 그 안에서 함께 숨 쉬고, 웃고, 울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러니까 글에는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여는 힘이 있다.
두 번째, 글에는 변화의 힘이 있다. 특정 장르가 아니더라도 글을 읽다 보면 열정에 불이 붙기도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번뜩이기도 한다. 영감이 떠올라 창조적인 생각이 마구마구 쏟아지기도 하고,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얻기도 한다. 좋은 글은 독자와 저자를 연결해 준다는 말처럼, 진짜 그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독자의 마음을 알아주는 저자의 글은 독자를 밖으로 나오게 도와주고, 복잡한 감정이나 개념을 넘어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마지막으로 성장. 지금껏 우리의 역사는 글을 바탕으로 여기에 이르렀다. 글이 존재하고, 그것을 읽는 과정을 통해 이전보다는 조금이라도 선택과 방향을 고민할 수 있었다. 글은 기본적으로 성장을 추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 존재하는 순간, 가치가 더해졌다. 시시한 것을 소중한 것이 되었고, 사소한 것은 위대한 것이 되었다. 어쩌면 그런 이유로 글을 쓰는 사람, 글을 읽는 사람을 누구보다 신뢰하는지도 모른다.
글을 쓰는 사람도 다르고, 글의 종류도 다르다. 하지만 사람이라는 것, 저마다의 삶이라는 공통 분모를 지니고 있다. 함께 살아가기 어렵다고, 혼자 살아갈 수는 없다. 더욱이 나만 멋지다고 해서 아름다운 삶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글을 써야 하고, 글을 읽어야 한다. 미래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마지막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지만, 마음의 빗장을 열게 하고, 변화와 성장을 추구하는 길 위에 서 있어야 한다. 아무런 노력도 없이 무언가를 기대하려는 게 아니라면 적어도 올바른 방향으로 노력은 필요하지 않을까.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