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가 ‘수필’이 되다

by 윤슬작가

글쓰기 강의를 진행할 때는 거의 언급하지 않지만, 책 쓰기 강의를 할 때 유난히 반복하는 말이 있다. 특히 책의 초고를 쓰기에 앞서 출간기획서를 작성할 때면, 거의 매일 반복하는 것 같다.


“나의 글이 우리의 글이 되어야 합니다”


나의 글이 무엇인지, 우리의 글이 무엇인지 처음에는 의아해했던 분도 몇 번 작업을 함께한 후로는 먼저 이야기를 꺼낸다.

“이대로 마무리하면 진짜 일기가 될 것 같아요”


보통 처음 쓴 글은 ‘일기’가 될 확률이 높다. 나의 감정과 생각이 주축이 되어,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경향의 글이 나올 수밖에 없다. 독백의 형식이며 관계적이라기보다 내향적인 분위기를 많이 띈다. 특히 묘사의 부분도 나에게 강하게 와닿은 부분만 집중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어떤 메시지를 지녔다거나 의미를 발견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철저하게 나에 의한, 나의 글이 완성된다.


하지만 적어도 책은 ‘나의 글’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우리의 글’로 발전시켜야 한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에서 끝내지 말고, 소중한 경험 자산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개인적인 감정에서 끝낼 게 아니라 보편적인 가치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하면 어떻게 하면 ‘나의 글’을 ‘우리의 글’로 만들 수 있을까.


묘사를 통해 생생한 경험을 전달하는 것은 좋은 글을 쓰는 방법이다. 멋진 묘사가 아니더라도 사건이나 상황에 대한 감정이나 생각을 정리하는 것도 인상적인 글이 될 수 있다. 그렇게 완성했다면 거기에서 끝내지 말고,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자.

“내 글에서 어떤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까?”

“독자는 이 글에서 내가 전하고 싶은 용기의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을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은 핵심적인 문장은 무엇이지?”

“내가 독자라면, 어떤 부분에서 공감할까?”


몇 가지 질문을 통해 글을 다듬기만 해도 ‘우리의 글’이 될 수 있다. 호기심을 유지하면서 끝까지 읽고 싶다는 느낌을 얻게 된다. 무엇보다 이런 부분을 처음부터, 구조화 작업을 할 때부터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더욱 분명하고 명확한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글은 시작부터 중간, 끝까지 하나의 흐름이다. 그냥 편안하게 써 내려간 것처럼 보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구조화 작업이 동시에 진행한다. 독자는 머리로 이해가 되고, 감각적이며 구체적인 경험을 통해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때만 몸과 마음이 움직인다. 이러한 부분을 잊지 않고 글쓰기를 연습하면 ‘일기’가 ‘수필’이 되고, ‘에세이’가 되어 있을 것이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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