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디자이너... 그리고 셀프리더십 파트너

by 윤슬작가

“확실히 뭘 만드는 걸 좋아하네요!”


텀블벅 심사팀으로부터 보완자료에 대한 승인요청 메일을 받고 춤추며 기뻐할 때의 일이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분과 얘기 나누는 중이었는데, 이미 펀딩과 관련해 모든 내용을 알고 있던 터라 승인 소식에 함께 기뻐해 주었다. 펀딩은 내가 한다고 해서 하는 게 아니라 심사팀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하므로 필수적인 요소를 정확하게 표현해야 한다. 때에 따라서는 심사팀으로부터 전해 받지 못하더라도 빠진 게 무엇인지 스스로 살펴서 바꿔야 한다. 펀딩, 그래도 한번 했던 일이라 그런지, 이번에는 훨씬 덜 어렵게 다가왔다.


이번에 펀딩한 제품은 ‘탁상달력’이다. 집에 하나쯤은 있는, 책상 위 또는 거실에서 한 번쯤은 발견하게 되는 탁상달력이다. 그렇다면 펀딩에 걸맞게 차별화 요소가 있어야 할 텐데, 어떤 점이 다를까? 나는 제목에서부터 조금 힘을 주었다. 자신만의 삶을 이끌어가는 리더(leader)라는 뜻과 스스로(self) 이끌어가야만 한다는 의미를 담아 ‘셀프리더십 달력’이라고 명명했다. 처음에는 너무 거창하게 지은 것 같아 고민하기도 했지만, 다른 대안이 없었다. 정말 저 의미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부제는 ‘좋은 습관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이다. 사실 습관이라는 게 금방 만들어지지 않는다. 일정 기간 꾸준히 반복해야 하고,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 가식적으로 확인될 때 동기부여가 잘 된다. 그 부분을 탁상달력과 결합했다. 한쪽 면에는 일정이나 특별한 일을 기억하기 위한 공간이라면, 다른 쪽에는 목표를 세우고, 점검해 나갈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평소 다이어리를 활용하는 사람이라면 다이어리를 활용하면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어디에 기록 관리하면 좋을까?’라고 생각했을 때 떠오른 것이 탁상달력이다.


“그런 것 같기는 해요. 뭔가를 만드는 과정에서 뿌듯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사람도 그렇고, 물건도 그렇고”

“사람?”

“표현이 좀 그런가? 만든다는 것보다 변할 수 있도록 돕잖아요?”


그 후로도 한참 대화는 계속되었고, 펀딩 성공하고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자는 얘기를 끝으로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헤어진 후부터 머릿속이 바빠졌다. 집으로 걸어오는 동안 궁금증이 연이어 쏟아졌다.


나는 왜 ‘기록디자이너’라고 명명하고는 ‘기록의 힘’을 이야기할까.

나는 왜 ‘셀프 리더십 파트너’라고 명명하고는 ‘셀프리더십 달력’을 만들었을까.

나는 무엇을, 어떤 순간을 목격하고 싶은 걸까.

궁극적으로 내가 추구하는 것은 무엇일까.


집에 도착할 때까지 끝내 답을 찾아내지는 못했다. 연관성 있는 의견이 주체적으로 오가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해보고 싶다고 마음먹은 것을 해보려는 마음 켜보았을 뿐이다. 앞으로 어떤 상항을 마주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덤벼들고 싶다는 목소리도 들은 것 같다. 그렇게 한참을 걸었고 현관문에 다다랐을 때였다.


‘그래, 굳이 무엇을 해야 한다는 생각, 무엇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지 말자. 완벽한 이유를 찾지 말자. 마음이 시키는 것을 행동으로 옮겼다는 것도 완벽한 이유가 될 수 있으니까. 내면에서 합의가 일어난 것을 명명해 보고, 그 속으로 걸어가 보는 것, 어렵다면 어렵고, 쉽다면 쉬운 그 길 위에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질문, 뱅글뱅글 돌다가 끝날 것 같은 질문에 대해 만족할 만한 대답을 했다는 뿌듯함 때문이었을까. 비밀번호를 누르는 손가락이 가벼웠다.


띠. 띠. 띠. 띠.

“다녀왔습니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블로그 20년, 글쓰기 2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