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앞둔 딸이 주변 사람들로부터 수능 대박 기원 선물을 받고 있다. 지난 수요일 저녁도 비슷한 날이었다. 늦은 시각, 웃으며 들어오는 딸의 손에 노란색 종이가방을 보였다. 학교에 끝마칠 시간을 기다려 친구 어머니가 일부러 마중을 나와 전해주었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아차!’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가방을 꺼내어 하얀색 박스 위로 마카롱 선물 세트가 보였는데, 앙증맞게 ‘수능 대박’,‘합 격기원’이라는 초록색 손 글씨가 장식되어 있었다. 과자가 아니라 그야말로 작품이었다.
“요즘은 진짜 이쁘게 만드네...”
“그러니까, 엄마처럼 하는 사람 거의 없다니까...”
“음... 나는 이 정도까지 하는 줄 몰랐지!”
아이는 작년 초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고 있었고, 올해 내가 어떻게 할지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작년 11월, 조카와 다름없는 아이들이 수능을 치렀다. 시험을 며칠 앞두고 아이들을 찾아가 찹쌀떡과 초콜릿을 선물했었는데, 결론적으로 그 얘기였다. 올해도 엄마가 어떻게 할 거라는 것을 너무 잘 아는, 딸과 딸의 친구들에게 초콜릿과 찹쌀떡을 선물하려는 것에 대한 제안이라면 제안, 조언 아닌 조언이었다. 좀 더 예쁜, 트렌디한 선물을 준비하면 좋을 텐데, 엄마는 그 부분에 대해 너무 무심하다는 확신이 더해진 딸의 목소리가 더해졌다.
“그러니까 엄마는 너무 모른다니까!”
‘엄마는 너무 모른다’라는 소리를 하도 많이 들어서 ‘그러려니’하고 넘기려고 했지만, 진심이 오해받고 있다는 느낌에 한마디를 얹었다.
“모르는 게 아니라,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했지...”
“그러니까,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끝나는 게 문제지!”
얘기를 이어 나갔다가는 본전도 못 건질 분위기였다. 센스도 없는데 눈치까지 없는 엄마가 되기 직전이었다. 그러면서 아주 잠깐 혼자만의 생각에 빠졌던 것 같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라고. 나는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 오랫동안 기다려야 한다면, 기다리지 않고 간편식을 먹는 사람이다. 예쁜 것과 편리한 것 중에서 편리한 것을 선호하고, 마음을 잘 전달할 수 있으면 형식에 대해서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그러니까 대충 입고, 대충 먹는 스타일이다. 반면 딸은 다르다. 하나를 골라도 한참 동안 고르고, 음식을 먹게 되면 무엇을 먹을 것인지 미리 준비한다. 관계를 위해 양보할 수는 있겠지만, 딸은 기본적으로 취향이라는 게 있다면 나는 취향 같은 게 없는 사람이다. 그러니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도 해석하는 것도 우리 모녀는 완벽하게 다르다.
“엄마는 어떻게 할 거야?”
뜬금없는 딸의 질문에 갑자기 정신이 퍼뜩 들었다. 내가 누구던가. 센스도 없고, 눈치도 없지만, 배움을 거부하는 사람은 아니지 않던가. 딸을 향해 슬쩍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
“어떻게 하긴 어떻게 해? 지금 당장 센스있는 선물 찾아봐야지”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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