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안에 에너지가 넘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어딘가를 향해 무작정 달려가기만 해도 도달할 것 같다. 실패나 좌절, 포기는 사전에 없는 사람처럼 자신감이 넘쳐난다. 물론 두려운 마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안에서 솟아나는 충만한 힘이 어디로든 도착하게 만들어 줄 것 같은 기분이다.
반면 어떤 것을 해도 도무지 불씨가 붙지 않는 날도 있다. 기운을 북돋기 위해 이런저런 방법을 찾아봐도 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잘 먹으면 기운이 날까 싶어 잘 먹으면 도리어 게을러지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몸 안에서 무언가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않아 탈이 난 사람처럼 한없이 움츠러들게 만들 때가 있다. 그럴 순간에는 애초에 자신감이라는 게 있었나, 의구심마저 생겨난다.
자신감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자신감은 어떻게 발휘되는 걸까.
무엇보다 내가 알아낸 것은 자신감은 외부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었다. 외부요소에 의해 잠깐 높아질 수도 있고, 좋은 피드백에 의해 두 배, 세 배 올라갈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밖에서 들어오는 게 아니었다. 아우라라고 해야 하나, 안에서 밖으로 내뿜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자신감을 유지하고, 높여나가는 일은 쉽지 않다. 나도 그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요즘 나를 만나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자신감이 넘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처럼 보인다고. 처음에는 그게 아니라고, 완전히 잘못 보셨다고 반복해서 설명하기 바빴다. 왜냐하면, 그건 진실이 아니니까. 하지만 요즘은 방식을 바꿨다. 그렇게 보이는 가능성을 언급하고, 내가 지닌 한계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사실 나도 자신감이 느껴지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자신감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실험이라면 실험, 연구라면 연구를 누구보다 많이 했다.
자신감 이전에 자존감 문제라는 조언에, 나의 자존감이 어떤 수준에 있는지를 살펴보았고, 나의 자존감이 낮은 이유에 대해서도 고민해보았다. 일기를 쓰면서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모습이 아니라 숨겨진 내면을 만나기 위한 시간을 가졌고, 그럴듯하거나 완벽해 보이지 않더라도 나만의 작은 목표를 세워 체크하는 과정을 거쳤다. 스스로 부끄러움으로 잠을 못 이루면 다음 날 정중하게 사과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고, 세상을 향해 좋은 것을 내놓아야 나에게 좋은 것이 온다는 얘기에 억지로라도 좋은 것을 내놓는 사람을 꿈꾸었다. 경험이라면 경험이고, 그런 경험이 삶의 근육으로 남은 덕분일까. 그 덕분에 자존감이라는 문턱을 넘었고, 자신감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자신감. 지금까지 알아낸 바로는 자신감은 파이팅을 외친다고 불끈 솟아오르지 않는다. 어제까지 자신감 충만했던 사람이 다음 날 아침 갑자기 자신감이 줄어든 모습이 당황스러웠고, 자신감이 줄어든 이유를 몰라 난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똑같은 이유로 순식간에 자신감 넘치는 사람으로 돌변했으니 이해보다는 오해가 넘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그리고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아내었다. 자신감이 왔다갔다 하는 이유에는 ‘누군가의 시선이나 평가에 대한 걱정’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용기 내어 시작한 일, 열심히 도전해보고 있는 일의 결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대단한 성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고, 소소한 의미를 발견하는 데에서 멈출 수도 있다. 그럴 때 개인적으로 얻고 싶은 것을 얻었다는 만족감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할까. 시시하다고 말하는 건 아닐까’에 집중하기 시작하면 자신감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마치 그 누군가를 위해 시작했고, 그 누군가에게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구구절절 어떤 상황으로, 어떻게 여기까지 왔고, 어떤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자세하게 설명하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처럼 방황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기분에 사로잡혔을 때는 ‘파이팅’을 외치는 게 의미가 없었다.
그러면서 방법을 바꾸었다.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향에서 문제를 바라보기로. 차분하게 자신감이 낮아진 이유에 대해 살펴보았다. 내가 하려는 일의 목적,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고, 목표를 너무 높게 정한 것은 아닌지 기준을 점검했다. 필요하다면 자체적으로 기준을 낮추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애초에 이 모든 것이 나를 위한 시작이었음을 기억하면서 말이다. 또 한 가지, 예전의 나라면 이런 상황을 만들어낸 것에 대해, 완벽하게 준비하지 못한 것에 대해 비난하거나 질책하는 버릇 같은 게 있었는데 최대한 자제하려고 노력했다. 세상에 완벽한 준비는 없으며, 그러한 비난이나 질책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자신감에 대한 더 많은 실험을 해 볼 생각이다. 하지만 그보다 요즘은 알게 된 것을 바탕으로 실행하는 일에 더 마음을 쏟아보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는데, 내가 알아낸 것이 옳은 방향인지도 궁금하기 때문이다. 아니면 학(學)도 중요하지만, 습(習)이 더 중요하다는 말에 더 마음이 가는 까닭인지도.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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