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산다. 오늘만 산다.

by 윤슬작가

예전에는 조금 과장된 표현을 자주 내뱉었던 것 같다.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다는 둥, 내 인생이 끝장났다는 둥, 그것으로도 속이 풀리지 않으면 이런 상황을 모두 책임져야 마땅한 뭔가를 찾아 쏟아부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오롯이 경험하기를 원하면서, 내 몸안에서 울려퍼지는 소리나 몸부림을 반드시 들어야 한다는 사람처럼 말이다. 그러니까 예상하지 못한 일, 생각지도 못한 일 앞에서 누구보다 쉽게 좌절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나에게는 항상 좋은 사람들은 있었다. 인생을 조금 더 넓게 보고, 큰 꿈을 가져보라고. 지금은 그 일이 굉장히 크게 느껴지지만, 조금 시간이 흐르면 지금처럼 크게 느껴지지 않을 거라고 말해줬다. 당장은 모든 사람이 나의 실수를 동그란 눈으로 바라보는 것 같지만,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그러니 완전히 끝났다는 기분이 들어도 그 기분을 믿지 말라고 다독여주었다. 그런데 내가 문제인지, 타이밍이 맞지 않았던 것인지, 온전히 내 안으로 들어오는 일에는 실패했다. 여전히 결과가 중요했고, 나에게 도움이 되는 말보다 내 기분을 좋게 해주는 말이 더 호감이 갔다.


그랬던 사람, 여전히 가끔은 그런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이 나도 모르게 내뱉는 말이나 행동에 누구보다 내가 깜짝깜짝 놀라고 있다. 마치 똑같은 삶을 두 번째로 살아가는 사람처럼, 한 걸음 아니 세 걸음 뒤에서 바라보는 사람의 모습이다. 말도 그렇다. 나를 다치게 하거나 누군가를 다치게 하는 말이 아닌, 나를 살리고 누군가를 살리는 말을 하려고 애쓰고 있다. 수수께끼같은 일이 벌어진 셈이다. 작은 일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버릇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정리되지 않은 감정으로 둥둥 떠다니는 모습이 아니라 볕이 잘 드는 자리를 찾아 걸터앉은 느낌이다.


나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무엇이 나에게 더 나은 쪽을 고민하게 했을까.


첫 번째는 ‘오늘을 산다’라는 마음인 것 같다. 되돌아보면 후회 가득한 것들뿐이고, 조금 더 파고들면 내 마음대로 각색된 장면이 순식간에 나를 지구밖으로 밀어내는 기분이었다. 내일을 생각하는 것도 자신감이나 자존감이 여물지 못해 우주선을 타고 달나라에 가는 것이 전부였다. 화성이주와 같은 거대한 상상력은 아직 내 안에서 자라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방향을 수정했다.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으로, ‘오늘만 산다’라는 마음으로 오늘,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고 하니 어깨에 잔뜩 들어갔던 힘이 반쯤 줄어든 기분이 들었다.


두 번째는 불확실성, 유연함에 대한 인식인 것 같다. 완벽하게 준비하고, 좋은 결과를 내어야 한다는 생각이 컸고, 그것을 위해서는 모든 상황이나 조건을 통제할 수 있기를 희망했던 것 같다. 상황이 여의치 않게 흘러가면 불안해서 안절부절했고, 어떻게 하면 내가 원하는 결과, 마지막 장면을 만들까를 내내 생각했는데, 그러니다보니 나도 모르게 몸이 굳고, 마음이 굳고, 생각이 굳었다. 그러니까 어떤 상황에서 ‘이렇게 되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내려놓지 않는 한, 새로운 선택,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마지막은 나의 무지를 인정하는 것이었다.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모든 상황을 대비할 수 있다고 여겼던 게 문제였다. 상황에는 변수가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으며, 도움받아야 하는 것과 직접 해야하는 것을 구분해야 했는데, 나에겐 그게 어려웠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방어기제가 작동하여 경계를 긋고 선을 만들고 있었다. 생각에 거기에 미치자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아, 내가 나를 너무 몰랐구나’. 그래서 요즘은 배우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배워 익히면서 날마다 1cm 성장해나가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면서 어깨에 남아있던 불필요한 힘이 그제야 줄어드는 게 느껴졌다.


‘오늘을 사는 사람’

‘오늘만 사는 사람’


어떻게 불리든 개의치 않을 것 같다. 이렇게 부르든, 저렇게 부르든 결국은 똑같은 길 위에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저 조금 더 신경 쓰는 게 있다면, ‘오늘’을 살지 않았던 과거에 대한 아쉬움이 있어, 더는 그러지 말자고 다짐과 ‘사는’이라는 동사 대신 ‘즐기는’을 올리고 싶어 그 궁리가 한창이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


#기록디자이너 #글쓰기강사 #에세이코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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