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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24 /우리는 무엇을 봐야 할까

by 윤슬작가

해마다 습관처럼 구입하는 책이 <트렌드 코리아>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트렌드 코리아 2024>를 구입했고, 함께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독서모임에 추천하고 있다.


소비를 분석하여 사회 현상을 정의하고, 어떤 이름을 부여하는 방식의 <트렌드 코리아>를 책을 읽다 보면 내년에는 사회의 모습이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하는 데 도움 되고, 개인적으로 어떤 트렌드에 민감한지, 둔감한지 약간은 감이 온다. <트렌드 코리아 2024>에서 소개하는 2024 트렌드 전망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이렇게 된다.


분초사회, 호모 프롬프트, 육각형 인간,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 도파밍, 요즘남편 없던 남편, 스핀오프 프로젝트, 디토소비, 리퀴드폴리탄, 돌봄경제.


1분 1초가 아까운, 시간의 가성비가 더욱 중요해진 “분초사회”

AI기술의 끝에는 결국 프롬프트를 작성하는 인간이 있다는 “호모 프롬프트”

사회가 요구하는 완벽을 추구하는 “육각형 인간”

‘최저가’가 아니라 ‘최적가’를 찾는 소비자를 향한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

역대급 도파민, 역대급 재미를 추구하는 “도파밍”

6시 신데렐라를 자처하는, 가족 관계의 균형을 맞추려는 “요즘남편 없던아빠”

커리어 개발을 위해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시대 “스핀오프 프로젝트”

너무 많은 선택지 앞에서 실패를 줄이기 위한 선택하는 “디토소비”

정주인구가 아니라 관계인구에 방점을 찍는 유연도시 “리퀴드폴리탄”

엄마도 엄마가 필요한 세상, 돌봄은 연민이 아닌 경제의 문제라는 “돌봄경제”


책을 읽는 내내 ‘나노 사회’, ‘핵개인화 시대’라는 단어가 공통 분모처럼 행간 사이에 펼쳐졌다. 오늘 우리 사회의 위치를 생각하는 시간이었고, 대외적인 국가적 위치가 개인의 문제가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며, 개인이 아닌 사회가 주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구분하는 작업도 시급해 보였다. 왜냐하면, 거의 모든 장면에서 미래에 대한 두려움, 개인적인 외로움이 한데 뭉쳐 밀물과 썰물처럼 사회 현상과 부딪치고 해체되고, 또다시 부딪치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소유의 시대가 아니라 경험의 시대라고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라는 틀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평균 실종을 넘어, 인간은 욕망을 추구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여, 성찰과 자족을 통해 자기다움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의 시간이기도 했다.


다만 특정 세대를 위한 책은 아니지만, 젊은 층(대표적으로 MZ세대라 불리는)에 맞춰진 느낌이 강해서 ‘설마, 그렇게까지?’라고 여겨지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마치 MZ세대라면 그렇게 해야 할 것 같고, MZ세대가 아니면 그런 행위를 해서는 안 될 것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거기에 ‘이미 이렇게 흐르고 있는데?’라는 현상을 다시 한번 말로 정리한 느낌도 여러 번 받았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전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이미 트렌드가 되었다는 느낌인데, 마치 새롭게 발견한 것처럼 내년의 전망이라고 했을 때 다소 의아했다.


<트렌드 코리아 2024>, 공감하면서 읽었지만 약간 아쉬운 느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만약 비슷한 종류의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단어, 용어, 데이터 속에서 신선함이 느껴지겠지만, 오랫동안 함께 해온 독자의 경우라는 새로움, 신선함, 혹은 두려움보다 일상성을 유지하자는 보편적인 가치로 마무리될 확률이 높아 보였기 때문이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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