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혹은 이른 새벽 가능한 한 편을 완성하려고 노력한다. 어떻게든 이런저런 궁리를 하면서 필사적으로 매달린다. 오늘 하루 내가 어떻게 보냈는지 일일이 들춰보고, 머릿속에 자꾸 떠오르는 장면을 나만의 언어로 풀어내기 위해 자판을 두드린다.
조금 멀찌감치 떨어진 상황인데도 단숨에 종이 한 장을 채우는 날도 있지만, 실은 그런 날은 많지 않다. 감정이나 생각이 들쑥날쑥하면서 날 것의 단어만 떠오를 뿐 뭐가 만들어질 것 같지 않은 기분에 사로잡히는 날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마침표를 완성하면 혼자 만세를 부르면서 외치곤 한다. ‘글쓰기는 재능이 아니라 노력이라고 했어.’라고 말이다.
좋은 기회를 만나 첫 번째 책을 출간한 것이 2006년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용감했다’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진짜 ‘모르면 용감하다’라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재능을 발견하는 일은 어려웠고, 노력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떠오르는 그림이 없었다. 서른을 갓 넘긴 나이, 본질적인 것을 추구한다는 것보다는 내 눈에 들어온 것을 옮기기 바빴고, 복잡한 것을 순식간에 단순화시켰으며, 어떤 기분인지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내 기분에 기대어 정리했다. 그게 전부였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거라도 해야 할 것 같다는 느낌 같은 게 있었다.
이십 년 가까운 시간을 그렇게 흘러왔고, 오늘도 그 연장선에 서 있다. 훈련이라면 훈련이고, 실천이라면 실천이라고 할 만한 일을 이어오는 동안, 내게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무엇보다 ‘재능이 아니라 노력’이라는 말에 대한 신뢰감에 생겨났다. 그러니까 천부적인 재능에 기대기보다는 내면에 단단한 뿌리를 만드는 일에 열정을 쏟게 했다. 글쓰기가 되었든, 다른 일이 되었든 말이다. 어딘가를 향해 나아가고 싶은 사람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내 안으로 흡수된 것이다.
두 번째는 한편씩, 한편씩 글을 완성해 오는 동안 내 안에 ‘명확함’이 생겨났다. 내 안에서 말썽을 부리는 일이 현저하게 줄었고, 뒤죽박죽 상태의 혼합물이 들어왔다면 분리 작업을 하는 과정이 한결 쉬워졌다. 글을 다듬는 동안, 생각이나 감정도 함께 다듬어진 모습이다.
마지막은 가장 중요한 것으로, 더 이상 내가 문제아로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조금 더 나아가 내가 제법 괜찮은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픔이나 슬픔이 아닌 희망, 긍정을 말하는 횟수가 많아졌고, 어디에서 왔는지는 모르지만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아는 사람처럼 다가왔기 때문이다.
감사하게도 오늘도 마침표를 만났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해냈다는 끝내 완수했다는 사실이 정서적 안정감을 선물해 주고 있다. 내일도 어떻게든 완수할 수 있을 거라고 믿으면서 펜을 놓아본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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