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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작가 Dec 07. 2023

영화 서울의 봄 후기 / 대한민국의 운명

“내가 12ㆍ12사태를 영화로 만들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구나!”

영화 개봉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이다.      


12ㆍ12사태. 근현대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민주화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라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 누구도 당당하게 얘기하기 어려운 주제였고, 이해와 오해 사이를 오가며 여러 시선이 염려되어 차라리 침묵이 안전했다. 그런 역사적 배경을 뒤로한 채 <서울의 봄>이 개봉되었다. 공식 예고편을 보는데 영화 <남산의 부장들>이 떠올랐다. 오랫동안 감춰져 있던 공간의 문을 열어버린 느낌에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관람하고 싶었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좌불안석이었고, 냉정한 시선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그런데, 이번에 그것을 능가하는, 핵폭탄급의 영화가 나타났다.     


12ㆍ12사태는 1979년 박정희 대통령 저격 사건이 시작점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갑자기 사망하게 되면서 전두환과 정승화가 사건을 수사하고, 인사권을 발휘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난다. 합동수사본부의 보안사령관 전두환은 군부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비밀 조직인 하나회를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움직였고, 그 과정에서 계엄사령관인 정승화와 갈등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전두환은 정승화를 강제 연행하기로 계획하는데, 문제는 서열상 전두환은 정승화보다 낮은 계급이었기 때문에 대통령의 재가가 필요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재가가 어렵게 되었고. 전두환은 대통령의 재가 없이 정승화를 보안사 서빙고 분실로 강제연행한다. 그리고 같은 시각 반대 세력인 특전사령관 정병주, 수령 사령관 장태완, 육군본부 헌병감 김진기를 연희동으로 불러내어 발목을 묶어둔다. 이 모든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정병주, 장태완, 김진기는 다급하게 사태 수습에 나서지만 신군부의 반란을 막아내지 못한다. 단 하루, 1979년 12월 12일, 그날의 숨 막혔던 시간들을 카메라에 담아낸 것이 바로 영화 <서울의 봄>이다.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조마조마해서 입 밖으로 낼 수도 없는 말을 전두광(전두환)은 수시로 내뱉는다. 황정민의 분장과 신들린 연기력 때문에 불편한 마음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보통은 결말은 악당이 천사에게 혼나는 것으로 끝나야 하는데, 이번 결말이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너무 잘 알았기 때문이다. 이태신(장태완)은 옳고 그름을 구분하려는 마음을 지닌,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소신이 있는, 시대가 희망하는 인물이었다. 정치로부터 자유롭고,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가보다 스스로 어떤 사람인가 답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기에 그의 고민은 나의 고민으로 다가왔고, 그의 아픔이 우리의 아픔으로 이어졌다.     


영화 <서울의 봄>의 손익분기점이 460만인데, 손익분기점은 넘겼다고 들었다. 정확한 이유는 없지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화를 바탕으로 창작적인 요소가 가미되었다고 하지만, 알아야 할 역사이고, 기억해야 할 장면이었기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영화가 지루할 틈 없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육군본부에 김진기 헌병감 옆에 있다가 어느 순간, 행주대교 위에 이태신 옆에 서 있는 나를 발견했다. 감독과 배우, 스텝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매우 굵직한 사건을, 매우 편안한 자리에 앉아, 매우 불안한 시선으로 관람할 수 있었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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